[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111회

영원한 생존

등록 2006.11.23 16:44수정 2006.11.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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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괜찮으십니까. 손님?”

남현수는 자신을 흔드는 손길에 소스라치게 잠에서 깨어났다. 그의 옆에는 담요를 든 스튜어디스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남현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남현수는 자신의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여기가 어딥니까?”

남현수의 말에 스튜어디스는 약간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방콕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입니다. 손님 필요하시면 비행기에 구급약이 비치되어 있으니......”

“아니요. 괜찮습니다. 제가 악몽을 꾼 모양입니다. 담요만 주세요.”

담요를 받아든 남현수는 자신의 기억이 어느 순간 끊겨버렸다는 걸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저기, 오늘이 며칠이죠?”

“9월12일 입니다.”


남현수의 기억이 끊긴 것은 거의 사흘 동안이었다. 사흘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현수는 기억을 되살려보려 애를 썼지만 도저히 기억을 되살릴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외계인 마르둑이 남현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감히 날 가지고 놀아? 다시는 지구에 발도 못 붙이게 해주겠다.’

남현수의 예상에 아마도 지금 쯤 한국에서는 남현수의 폭로가 담긴 기사가 한참 화제가 있을 터였다. 어쩌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현수는 지나가는 승무원을 불러 인천공항까지 남은 시각이 얼마인지를 물은 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인천공항에 내린 남현수는 밀려오는 취재진을 각오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취재진은커녕 마중 나온 이 하나 없었다. 은근히 쑥스러워진 남현수는 공항 매점에서 주간지를 종류별로 다섯 부를 사서는 공항버스에 몸을 기대고 살펴보았다. 하지만 남현수의 얘기를 다룬 신문은 하나도 없었다.

‘분명히 등기는 전해진 게 맞다. 그렇다면 마르둑 이놈이 자기 부하를 시켜 훼방을 놓은 것인가?’

집이 아닌 연구소로 직행한 남현수는 바로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를 꺼내어 평소 면식이 있었던 기자의 전화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 박기자님? 저 남현수 입니다!”

“아, 예...... 남박사님.”

수화기속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떨떠름했다.

“지난번 제가 출국 전에 보냈던 보도자료 보셨습니까?”

“예, 봤습니다. 제가 지금 기사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그런데 다음에 연락드리죠.”

남현수는 상대방이 통화를 기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조용히 수화기의 통화종료 버튼을 누른 후 다른 기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두 번째 기자는 전화조차 받지 않았고 세 번째 연락한 기자는 첫 번째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놈이 진짜 장난을 쳤구나!’

남현수는 컴퓨터를 켠 후 지난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남현수가 겨우 찾아낸 자신과 관련된 기사는 어느 스포츠 신문의 자투리 기사 중 일부였다.

[남현수 박사, 마르둑은 아직 지구에 있다고 주장]

‘외계인 마르둑과의 대담시 황당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남현수 박사가 마르둑은 아직 지구에 있으며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하며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 남박사의 보도자료를 읽은 한 기자는 ‘마르둑 방문의 영향이 아직도 크긴 큰 모양.’이라며 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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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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