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때 찍은 경찰들의 뒷모습]왕소희
우리는 경찰서 앞마당에 앉아 있었다. 어깨에 총을 멘 경찰은 지니와 내가 앉아있는 의자 앞으로 다가와 소리를 질렀다.
"일어나지마! 그대로 앉아있어!"
호텔이 아닌 마을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로 경찰은 우리를 불러들였다. 실은 시내 호텔 사람들의 고자질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리가 호텔에 묵지 않는 것도 오르차의 주요 고객인 한국인들을 움직이는 것도 못마땅했다.
거대한 체격에 카이저수염을 기른 십여 명의 경찰들은 지니와 나를 꼼짝 못하게 했다. 그리고 돌아서 람과 가네시를 둘러싸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we are…."
람이 영어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들은 멱살을 움켜쥐며 언성을 높였다.
"힌디로 얘기해! 건방진 새끼!"
십여 명의 경찰들은 집단 구타를 하려는 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뭐든 트집을 잡을 게 필요했다.
"stop it!!(그만해)"
지니와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왜 우리를 겁주는 거죠?! 우리가 뭘 잘못했어요!?"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난 너무 무서워서 온 몸이 덜덜 떨렸다.
"너희들은 가만히 앉아 있어!"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경찰이 우리 앞으로 다가와 윽박질렀다. 그리고 힌디로 몇 마디를 내뱉었다. 대번에 그가 욕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한국 대사관에 전화 하겠어! 지금 당장!"
지니가 소리를 질렀다. 어깨에 총을 맨 채 흥분한 경찰들이 무섭긴 했지만 우리의 분노도 폭발했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먹고 사는 방법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일한 거요! 그리고 아무런 사고도 일으키지 않았소. 저 외국인들에게 그렇게 대하지 마시요. 적어도 기본 예의는 지켜야하는 거 아닙니까?!"
람이 낮은 목소리로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살벌한 분위기는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들은 비웃었다.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우린 관심 없어. 하지만 외국인이 호텔이 아닌 마을에 머무르는 건 불법이야. 오늘 당장 마을에서 나가! 그리고 저녁 7시 이후엔 마을에 있어도 안돼. 우리가 계속 감시할 테니 조심해!"
우리는 경찰서를 벗어나 도로 옆으로 난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난 천하장사와 씨름이라도 한 듯 피곤함을 느꼈다. 마을사람들과 우리는 몇 번이나 그 악명 높은 인도 경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의논을 했지만 역시 방법은 없었다. 경찰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돈이었고 돈을 준다고 해도 끝이 없었으며 마을에서 너무 너무 멀리 떨어진 대사관은 그들을 제어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린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