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빅2 대전' D-1, 최후의 승자는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사태 길어질수록 난감한 건 이명박

등록 2007.05.14 10:14수정 2007.05.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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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그랬다. "캠프 내부에서 양보하자는 기류가 있지 않느냐"는 기자 질문에 "그런 어리석은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생각이 확고하다. '일수불퇴' 입장이다. 바늘이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 전 시장이 한 말이 더 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양보할 것 같냐"는 질문에 "그건 양보가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강경한 이명박, 그가 승부거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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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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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기대치가 크다. 불계승을 원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돌을 던지길 바란다.

괜한 추측이 아니다.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의원이 말했다. "지금은 양자간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매듭지어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왜 이리 강경한 걸까? 이유야 뻔하다. 승기를 잡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 대표가 경선가도에 꽃을 뿌려줬다. 사뿐히 즈려밟으면 될 일이다. 물러서면 꽃이 시든다.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일이 없다. 국민 지지율은 이미 천장을 찧었다. 잘해야 '유지', 못하면 '하락'이다. 범여권이 시동을 걸고 있다. 그 전개과정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든 여론의 주목을 받을 건 분명하다. 이러면 범여권의 '불임'에 실망해 자신에게 넘어왔던 지지층이 빠질 개연성이 있다. 벌어놓은 게 많을 때 승부를 거는 법이다.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이 전 시장은 '일수불퇴'를 외치지만 사실 그럴 처지가 아니다. '일수'를 놓은 당사자는 이 전 시장이 아니라 강재섭 대표다. 그러니까 이 전 시장이 잡은 승기는 '만든' 게 아니라 '주어진' 것이다.


이게 문제다. '일수'가 무효처리가 될 공산이 있다.

강 대표는 자신의 중재안이 15일로 예정된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또는 두 주자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 16일에 무조건 사퇴한다고 했다. 대표직뿐만 아니라 의원직도 사퇴한다고 했다. 비서진에게 방 뺄 준비를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휴지조각 위기에 놓인 '강재섭 중재안'

실제로 방을 뺄 가능성이 커 보인다. 3일 동안의 칩거를 끝내고 오늘 당원 앞에 서는 박 전 대표가 '공수거'를 선언하지 않는 한, 두 주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강재섭 중재안'을 전국위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김학원 전국위 의장이 맘을 바꿔먹지 않는 한 대치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중립지대에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중재를 시도하고 있다지만 이 전 시장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는 한, 박 전 대표가 맘을 비우지 않는 한 중재가 성립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 어떻게 될까? 강재섭 대표가 사퇴하면 '강재섭 중재안'은 어떻게 될까? 순리대로 해석하면 '원천무효'가 된다. 중재자 스스로 중재 불성립을 선언한 것이니까 그 중재안은 휴지조각이 된다. '일수불퇴'가 아니라 '일수무효'가 된다.

이 전 시장의 말을 빌려 정리하자. "생각이야 자유"다. 생각을 굳건하게 다지고 꿈을 원대하게 키우는 건 자유다. 하지만 실천과 성과는 별개다.

만에 하나, 강 대표가 사퇴하고, 강재섭 중재안마저 휴지조각이 되면 박 전 대표와의 대립은 장기화 된다. 새 지도부를 꾸려야 하고, 새 경선룰을 정해야 한다. 8월 경선은 사실상 물 건너간다.

이 전 시장에겐 좋은 일이 아니다. 박 전 대표 지지층은 폭이 좁은 반면 단단하다. 이 전 시장은 반대다. 넓은 반면 무르다.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는 지지층이 상당수 끼어있다는 게 여론조사기관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장기전'되면 득 보는 건 누구?

박 전 대표는 이 때(15일)만 넘기면 다음 때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전 시장은 이 때를 놓치면 다음 때를 기약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버티기와 초재기가 엇갈린다.

어차피 내일이면 판명이 난다. 두 주자의 대립이 불계승으로 끝날지, 아니면 비김수가 지속될지 내일이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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