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결전- 106회(7화 11회)

쿠데타 - 11

등록 2007.11.15 08:28수정 2007.11.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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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쿠데타 맞아?”

밤늦게 TV뉴스와 인터넷 뉴스를 번갈아 보던 경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발목에 얼음찜질을 받고 있던 표신혁도 경수와 같은 심정이었다.


“국민 여러분! 이런 부당한 폭거 행위 앞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됩니다! 저 김정탄은 이런 행위에 목숨을 내어놓고 항거할 것입니다!”

인터넷에서는 ‘김정탄, 목숨을 건 쿠데타 저지’라는 제목으로 실시간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김정탄은 대선 후보 중 하나였고 다른 후보에 비해 여러 악재로 인해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처지는 편이었다. 그러나 극적으로 앞에 나서 목숨을 걸고 탱크 위에 뛰어 올라 연설을 하면서부터 그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으로 바뀌어 지지도가 급격하게 치솟고 있었다.

“국회의원 두 명이 피살되고 위협사격에 놀라 뛰어가다가 다친 군중이 다수로서….”

뉴스는 별 달리 새로울 것이 없는 속보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쿠데타라면 언론부터 장악하고 보는 게 정석인데 저 놈들은 국회의사당까지 점거하면서도 가까이에 있는 방송국들은 털끝도 안 건드리네요. 그 사이에 시민들과 진압군들은 속속 집결하고 있고…. 결국 이건 쿠데타도 아니고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것뿐이잖아요.”


표신혁이 한바탕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경수는 뉴스를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미모에 빠져 있었고 영희는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표정이었다. 

“괜히 겁먹고 여기까지 왔네요. 제가 저기 있으면 다른 부대원들도 설득해 볼 수 있는데.”


그제야 경수가 고개를 돌리고 입을 열었다.

“그랬다가 정말로 총 맞으면 어떻게 할래요? 여기 있다가 상황이 나아질 때 나가는 게 낫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경수는 영희의 동의를 구했지만 영희는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파묻은 채 인상을 찡그릴 뿐이었다.

“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영희는 고개를 흔들며 TV를 가리켰다.

“저 사람 말이야.”
“누구? 김정탄?”
“내 아빠야.”

경수는 콧방귀를 끼며 다시 시선을 모니터로 돌렸다.

“참 농담도 진지하게 하네. 대통령 후보의 딸이 이상한 사람들에게나 쫓겨 다니냐?”
“농담이 아니야.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난 모든 걸 분명히 기억해 이것 좀 볼래?”

영희는 가방 속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오래된 사진 하나를 꺼내들었다. 그 속에는 군복을 입고 있는 남자와 여인 그리고 그 사이에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맞지?”

경수와 신혁은 사진과 TV속 김정탄을 번갈아 비교해 보았다.

“어, 정말이네. 그런데 너하고 별로 닮진 않은 것 같은데?”
“그런데 이 사람 군인이었나?”

영희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날 버렸어.”

영희는 사진을 도로 빼앗아 수첩에 넣어둔 후 울먹였다.

“나보고 아빠라고 부르지도 말라고 했지. 그리고 어머니에게 주먹을 날렸어. 주위는 온통 피바다가 되었고 난 정신을 잃고 말았지.”

영희는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처절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도 나를 거두지 않았어! 군인 아저씨들이 어머니를 데려갔고 박살난 집안을 치웠지! 난 그대로 버려졌어! 그게 다 저 사람이 한 짓이야! 이 사진을 매일 보며 난 하루도 그 얼굴을 잊지 않으려 했어! 왜 그랬느냐고! 매일 선물을 사오고 날 안아주던 아빠가 대체 왜 그랬냐고!”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덧붙이는 글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소설 #결전 #쿠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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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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