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방화범 채씨, 감형 가능할까?

[뉴스속 건강 29] '편집성 인격장애'나 '우울증'땐 가능성도

등록 2008.02.14 13:26수정 2008.02.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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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밤, 숭례문 인근 횡단보도 앞에 선 퇴근길 서울 시민들이 무너져내린 숭례문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사수정 : 14일 오후 4시 1분]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국보 제1호 숭례문의 방화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는 채아무개(69)씨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채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고, 많은 국민은 벌써부터 그가 받을 형량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피의자 채씨, 반사회적 인격장애 가능성 높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숭례문 방화 사건의 피의자 채씨의 경우 '성격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채씨는 작년 5월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렀던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국보 1호인 숭례문을 방화하는 대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김종우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에 대한 분노를 개인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준비한 시너와 라이터로 문화재에 방화를 저질렀다는 것은 지속적인 분노의 감정을 방화라는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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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방화 사건의 피의자 채모씨가 14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일반적으로 분노의 표출은 짧은 시간에 나타나고 길어야 2~3분 정도 분노를 참으면 가라앉는 것이 정상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분노의 감정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방화를 사전 계획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어 김 교수는 채씨의 방화에 대해 "분노를 풀 수 있는 방법을 계획하고 방화를 통해 이차적 이득을 얻으려고 한 측면을 볼 때 반사회적 성격장애의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합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피의자가 작년에도 창경궁 문정전에 방화를 하고, 이번에도 숭례문에 대한 사전 답사 등을 한 정황 등으로 보아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사회적 합의인 법적 절차를 거쳤음에도 불만을 가지고 본인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폭력적 행위를 사용한 것으로 보아 반사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상태를 분석합니다.

전홍진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도 "(채씨가) 나이가 고령임에도 방화라는 충동성을 조절하지 못하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고,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방화를 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반사회적(antisocial) 인격 장애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분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그러들게 되지만, 이번 사건과 같이 분노를 방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표출하는 것으로 보아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사건 이후에는 모방범죄가 늘어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숭례문 방화사건 이후의 대처를 당부했습니다.

편집증과 우울증의 가능성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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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 채모씨를 검거한 남대문 경찰서가 채씨 집에서 발견한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오죽하면 이런 일을 하겠는가'라는 제목의 3장짜리 편지엔 토지보상금 문제, 민원 제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한 서운함, 사회에서 받은 냉대 등의 이야기가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하지만 다른 전문가는 채씨에 대해 다른 진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채씨가 작년 창경궁 방화를 하기 전까지는 비교적 정상적인 삶을 살아왔고, 사회적으로도 낙인이 찍힐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18세 이전에 형성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이민수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채씨에 대해 "편집성(paranoid) 인격 장애나 우울증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보상금이 남보다 적은 것에 대한 피해적 생각 때문에 좌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합리적 해결을 하지 못한 채 정부를 상대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합니다.

편집성 인격장애는 지속적으로 부당한 의심을 하고 사람을 잘 믿지 않으며, 비난에 과민하고 정서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특징이 있는데, 의처증이나 의부증이 있는 사람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정신 감정 결과에 따라 형량 달라질 수 있어

채씨가 저지른 국보 제1호인 숭례문 방화는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와 함께 채씨의 형량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습니다.

앞으로 재판부는 채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할 것으로 보이는데, 채씨의 형량은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양승욱 변호사(양승욱 법률사무소)는 "우발적 범행과 의도된 범행 사이에는 양형의 차이가 난다"면서 "범죄의 동기가 양형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덧붙여 "마음 또는 정신 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 미약자, 사물의 구별능력이 없는 심신 상실자의 경우에는 감형이 되거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민수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미뤄볼 때 피의자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판정이 된다면 감형과는 무관하지만, '편집성 인격 장애'나 '우울증' 등에 의해 범죄를 저질렀다면 감형의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방화, 어떻게 막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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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문제 상황에 부딪히면 이성적이고 합리적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 대검찰청


대검찰청의 자료에 의하면, 방화사건은 지난 2001년 1천여 건을 넘겼고, 꾸준히 늘어 작년에는 1685건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방화의 유형을 살펴보면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보복하기 위한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다른 대상에 화풀이하기 위해서나 자살을 하기 위한 동기도 그 밖에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충동조절장애인 '방화광(pyromania)'의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쉽지 않습니다.

방화의 재범률은 약 10%로 집계되고 있는데, 모든 상황에 대처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박형민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방화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문제 상황에 부딪히면 이성적이고 합리적 의사소통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전과가 있는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치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숭례문화재 #방화 #인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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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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