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찬 의병장
박도
임병찬이 동학의 김개남 장군을 전라관찰사에 밀고하여 체포케 한 전력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런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아마 임병찬 의병장 전적지를 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답사를 이미 끝낸 뒤 글을 쓰지 않는 것 또한 옳지 않은 일이 아닌가.
이번 답사를 도와주신 몇 분에게 자문을 구하자, 그분들 역시 양론이라 더욱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혼자 며칠째 고심하였더니, 아내가 낌새를 알고 영문을 물었다.
사실대로 얘기하자, "뭘 고민하느냐? 당신이 본 대로, 기록에 나타나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쓰면 될 게 아니냐?"고 조언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명답인데다가, 은사 조지훈 선생 <지조론>을 배우던 교양학부 시절이 떠올라 조지훈전집에서 그 부분을 찾아 읽었더니 답이 나왔다.
우리가 지조를 생각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말은 다음의 한 구절이다. "기녀라도 늘그막에 남편을 쫓으면 한 평생 분 냄새가 거리낌이 없을 것이요, 정부라도 머리털 센 다음 정조를 잃고 보면 반생의 깨끗한 고절(고난을 당해도 굽히지 않은 절개)이 아랑곳없으리라. 속담에 말하기를, 사람을 보려면 그 후반을 보라"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다. - 조지훈 <지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