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쓴 겹말 손질 (34) 다시 재수정

[우리 말에 마음쓰기 370] '모두 제각각', '저도 모르게 그만 반사적으로' 다듬기

등록 2008.07.13 14:45수정 2008.07.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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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모두 제각각이다

 

.. 마도요, 넓적부리도요, 깝작도요, 삑삑도요, 청다리도요, 민물도요, 모두 주둥이와 다리 길이,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박병상,알마,2007) 52쪽

 

 ‘제각각’은 ‘제’ + ‘各各’입니다. “저마다 각각”이라는 소리입니다. ‘각각’은 ‘저마다’를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 ‘제각각’이라는 낱말은 처음부터 겹말이에요.

 

 ┌ 제각각(-各各) : 사람이나 물건이 모두 각각

 │   -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

 │

 ├ 모두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 모두 생김새가 다르다

 │→ 모두 다른 생김새이다

 └ …

 

 ‘제각각’을 끝에 넣고 ‘모두’라는 말을 앞에 넣은 보기글입니다. ‘모두 제각각’이라 했으니, “모두 모두 모두”나 “모두 저마다 저마다”라는 뜻입니다. 입으로 이런 말을 했다면 참 어색하겠지요. 아니, 입으로는 이런 말을 할 까닭이 없겠지요.

 

 ┌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

 └→ 성격이 다 다른 사람들

 

 마도요는 깝작도요와 생김이 다를 테며, 삑삑도요는 민물도요와 다리 길이가 다르겠지요. 넓적부리도요와 청다리도요는 주둥이가 다를 테고요. 이 자리에서는 그 어느 말보다 ‘다르다’라는 말이 있어야 합니다.

 

ㄴ. 저도 모르게 그만 반사적으로

 

..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반사적으로 ..  <4번 타자 왕종훈 (1)>(산바치 카와/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1993) 109쪽

 

 어쩌면, 우리가 얄궂게 쓰고 마는 겹말들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 ‘그만’ 내뱉고 마는 말은 아닐까요.

 

 ┌ 저도 모르게 그만 반사적으로

 │

 │→ 저도 모르게

 │→ 그만

 │→ 저도 모르게 움직여서

 │→ 그만 갑자기

 └ …

 

 “저도 모르게”를 뜻하는 ‘그만’입니다. ‘반사적’은, 뜻하지 않았으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움직이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저도 모르게 + 저도 모르게 + 저도 모르게’ 꼴로 쓰인 셈. 생각해 보면 ‘저도 모르게’ 어떤 일을 했다는 뜻을 힘주어 말하려고, 말을 버벅대다가 줄줄줄 나왔다고 볼 수 있어요. 저도 모르게 ‘저도 모르게’를 세 차례 말했을 수 있겠지요. 아무 생각 없이 겹말을 줄줄 읊을 수도 있고.

 

ㄷ. 다시 재수정하다

 

.. 파리와 서울을 왕복하며 작업을 했건만 나중에 파리에서 다시 전면 재수정해야 했다고 한다 ..  <평양>(기 들릴/이승재 옮김, 문학세계사,2004) 15쪽

 

 ‘왕복(往復)하며’는 ‘오가며’나 ‘왔다갔다하며’로 손볼 수 있습니다. ‘작업(作業)’은 ‘일’로 고치고요. ‘전면(全面)’은 ‘모두’로 다듬습니다.

 

 ┌ 재수정 : x

 │

 ├ 다시 전면 재수정해야 했다

 │→ 다시 뜯어고쳐야 했다

 │→ 모두 다시 고쳐야 했다

 │→ 모두 확 고쳐야 했다

 │→ 모두 남김없이 고쳐야 했다

 │→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해야 했다

 └ …

 

 퍽 자주 쓰는 말인 ‘재수정’인데 국어사전에는 없네요. 생각해 보면, 퍽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해도 걸러내어야 한결 낫다고 할 만한 낱말이라면 국어사전에 안 실어야 좋습니다. 우리들도 씀씀이를 줄여서 털어낼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다시 재(再)’라는 한자를 붙여 ‘재수정’으로 쓸 수도 있을 터이나, ‘다시’라는 토박이말을 붙여서 ‘다시 수정’으로 쓰거나, ‘수정(修正)’까지 다듬어 ‘다시 고침’으로 쓰면 돼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쓰는 인터넷 화면창에 뜨는 말은 ‘다시 고침’ 또는 ‘새로 고침’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13 14:4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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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우리말 #우리 말 #중복표현 #겹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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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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