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골목길이 있습니다, "골목 사진" 보러 오셔요

[사진말 (16)] "사진잔치―인천 골목길 이야기 (1)"를 열면서

등록 2008.09.03 14:07수정 2008.09.0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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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일부터, 인천 배다리 골목길에 자리한 두 군데 전시관에서 '인천 골목길 사진'을 내어걸고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 '골목길 사진'을 찍어서 내건 까닭, 그리고 골목길 사진 가운데에서도 '인천 골목길 사진'을 찍어서 내건 까닭을 몇 글자로나마 끄적여 봅니다.... 글쓴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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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골목길에서 살아가면서 느끼고 본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내어걸었습니다. ⓒ 최종규


인천에는 골목길이 있습니다. 비록 지금 인천시장인 안상수씨께서 2013년까지 이 골목길을 모두 없애고 아파트와 쇼핑센터로 바꾸어서, 2014년에 인천에서 치를 '아시아 경기대회' 때 '인천이 내로라하는 최첨단 동북아 허브도시'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할 꿈을 꾸고 있지만.


인천에는 골목집이 있습니다. 돈 값어치로 따지면 서울 강남도 아닌 강북에 있는 아주 작은 아파트 한 채도 아니라 방 한 칸 값밖에 안 될, 또는 이만한 값조차 안 될 집이지만, 푸근한 살 냄새가 짙게 배어 있는 골목집이 있습니다.

인천에는 골목사람이 있습니다. 모두들 서울로만 가려고 '잠깐 거쳐 가는 들러리'로 인천을 여기고 있지만, 이 들러리 같은 인천에 마음과 사랑을 심고 믿음과 나눔을 키우면서 오순도순 어깨동무를 하면서 살아가는 골목사람이 있습니다.

인천에는 골목꽃이 있습니다. 관공서에서 우리들 시민이 낸 돈으로 해마다 대충 눈요기로 심었다가 버렸다가 다시 심었다가 하는 팬지니 뭐니 하는 서양꽃은 아니더라도, 골목길에 깃든 골목집에 사는 골목사람이 손수 흙을 퍼 와서 꽃그릇에 심고 가꾸는 골목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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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2 골목길을 거닐면서, 내 삶터요 내 이웃 삶터임을 느끼는 그대로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 최종규


인천에는 골목나무가 있습니다. 풀 한 포기 넉넉히 자랄 만한 흙이 없는 도시입니다만,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덮인 이 메마른 도시 한켠에 낡은 고무통을 어머니 품으로 삼으면서 자라는 골목길 대추나무와 감나무와 오얏나무와 앵두나무와 능금나무와 배나무와 모과나무와 호두나무와 복숭아나무 들이 있습니다.

인천에는 골목 문화가 있습니다. 뭐, 학자님과 기자님과 공무원님과 기술전문가님들께서는 골목길에 무슨 문화가 있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하더군요. 아니, 골목길에 문화가 있는지 없는지 아예 생각을 않습니다. 그러나 산비탈 언덕받이에 나란히 세워진 지붕낮은 집 사람들은 오순도순 복닥이면서, 다른 여느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문화를 추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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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3 옛날 나무 전봇대 자취가 아직 남아 있는 곳도 보고, 시멘트 땅 틈바구니에서 자라는 풀도 보고. ⓒ 최종규

제가 태어난 곳은 인천 남구 도화동입니다. 그 뒤로 동구 송월동과 송현동 들에서 살았지 싶고, 신흥동3가에서 열 몇 해를 지내다가 연수동으로 잠깐 옮긴 뒤 인천을 떠났어요.

인천을 떠나 '모든 인천 사람이 그리워하는' 서울에서 눌러살았는데, 다시 길을 떠나 충청도 충주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여러 해 살며 자전거와 벗삼다가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전거로 이곳저곳 누비면서, 시골 삶터가 아닌 도시 삶터에서 사람 냄새를 꽃피우거나 가꾸자면 인천 아닌 곳에서는 어렵다고 느끼면서 돌아왔습니다. 그 어느 곳보다 '책을 안 보는 곳'이 인천임을 새삼 깨달으면서 인천 배다리 골목길에 '동네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혼자서, 또는 옆지기와 둘이서 골목마실을 했습니다. 두 다리로 걸으면서 마실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다니면서 마실을 했습니다. 지난 2007년 봄까지는 그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대끼던 고향마을 인천이었는데, 2007년 봄부터는 사진기로 바라보며 담아내는 고향 삶터 인천입니다.

이번 '인천 골목길 이야기(1)'에서는, 지난 2007년과 2008년 이태에 걸쳐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 발자국을 사진 이백 장 남짓으로 선보여 봅니다. 저는 봄골목이나 여름골목보다 겨울골목을 더 좋아하지만, 인천이라는 곳 골목 삶터를 보여주는 첫 사진잔치에서는 봄골목과 여름골목 모습이 한결 어울리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골목이 아닌 '꽃골목'이요, 그냥 동네가 아닌 '꽃동네'입니다. 누가 억지로 심긴 꽃이 아니고, 관공서에서 돈으로 처바른 꽃이 아닙니다. 골목사람 스스로 어여쁘다고 여기면서 날마다 골목을 여러 차례 쓸고 치우면서 애틋하게 손질하는 골목꽃입니다.

이 골목길 골목꽃 골목집 골목사람 들을 만나고 함께하는 동안, 이 모두를 '아름답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저 이이들이 나이고, 내가 이이들이라고 느낍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즐겁습니다. 화평동은 화평동이어서 즐겁고, 창영동은 창영동이어서 즐겁습니다. 송림동은 송림동이어서 즐겁고, 십정동은 십정동이어서 즐겁습니다.

나고 자란 인천이지만, 저도 아직 못 가 본 골목이 많습니다. 뻔질나게 다녔지만, 아직 사진으로 못 담은 골목이 많습니다. 이제부터 담아내려고 합니다. 아쉽게도 2013년이 가까워질수록 사라져 버릴 우리 삶터 골목길은 남김없이 허물려서 쓰레기더미가 되어 버릴 테지만, 이렇게 무너지든 저렇게 살아나든, 이곳 인천 한켠에서 '사람이 살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골목길도 길이요, 골목집도 집이며, 골목사람도 사람입니다. 우리들 골목사람은 여태껏 떳떳하게 세금 한 푼 빼먹지 않고 바쳐 온 사람들이고, 우리 나름대로 가꾸어 온 골목 문화를 그동안 바친 세금에 따라서 더욱 곱다시 지킬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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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4 구불구불 돌아가는 골목길은, 차가 다니기에 나쁜 길인데, 그만큼 사람이 다니기에 좋은 길입니다. ⓒ 최종규


골목길, 이 가운데 인천 골목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진으로 즐겨 주신 뒤, 이 사진에 담긴 골목길이 어디에 깃들어 있는지, 모쪼록 두 다리를 놀려서 몸소 나들이를 해 보시면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겠습니다.

사진잔치―인천 골목길 이야기 (1)
- 때 : 2008년 9월 1일 ∼ 9월 24일

- 곳
 (ㄱ) 인천 배다리 〈스페이스 빔〉
       (032-422-8630)
(ㄴ) 인천 배다리 〈배다리, 시가 있는 작은 책길〉
       (032-766-9523)
   (두 군데 전시관에서 두 갈래로 사진을 나누어 놓습니다)

- 구경하는 삯 : 없습니다


사진 찍은 이 소개 : 최종규 (1975)
 - 배다리 헌책방골목에서 〈사진책 도서관 : 함께살기〉를 꾸리고 있습니다.
- 두 달에 한 차례씩, 1인 잡지 《우리 말과 헌책방》을 펴내고 있습니다.
- 그동안 《모든 책은 헌책이다》와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을 펴냈습니다.
- 2008년 봄까지 ‘사진잔치 : 헌책방 이야기’를 열한 차례 열었습니다.

- 옆지기 전은경과 함께 삽니다.
- 딸아이 사름벼리가 올해 8월 16일에 태어났습니다.
- 텔레비전ㆍ냉장고ㆍ세탁기ㆍ전자레인지ㆍ자동차 들을 안 쓰면서 잘살고 있습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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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사진 5 사진 한 장에 담을 만한 모습은 우리 둘레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가 못 느끼거나 안 느낄 뿐입니다.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골목길 #사진 #사진찍기 #전시회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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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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