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가 좋아서 하는 공부나 일이라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겠어요. 그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실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강수돌-지구를 구하는 경제책》(봄나무,2005) 27쪽
‘실력(實力)’은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재주’나 ‘힘’으로 손볼 수 있는 한편, ‘씩씩한’이나 ‘튼튼한’ 또는 ‘씩씩하고 튼튼한’으로 손보아도 괜찮습니다. ‘공부(工夫)’라는 낱말 또한 그대로 두어도 아무 말썽은 없습니다만, 앞말과 묶어서 “자기가 좋아서 배우거나 일하면”으로 손질할 수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배움이나 일이라면”으로 손질해도 잘 어울리고요.
┌ 꾸준히 하다 보면
└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저는 제 나름대로 한두 가지 낱말을 다듬기도 합니다. 제 깜냥껏 말투를 살며시 고쳐 보기도 합니다. 반드시 어느 한 가지 낱말만 써야 하기 때문에 다듬지 않습니다. 꼭 이 말투로만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고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가 발디딘 이 땅에서 우리 넋과 얼을 우리 온몸으로 가꾸고 돌보는 일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싶어서 이렇게 말 다듬기를 합니다. 삶 다듬기를 하듯 말 다듬기를 하고, 한 번 더 이웃 삶을 헤아린다는 생각으로 글 다듬기를 합니다.
깨끗한 말을 찾는다든지, 굳이 토박이말로 이야기를 엮어야 한다는 생각은 않습니다. 우리가 우리 이웃하고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을 사랑스럽게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좀더 따숩고 애틋하게 마음나눔을 하면 즐거운 세상이 된다고 믿는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말과 글을 한결 따숩고 애틋하게 여미어 나가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 차근차근 하다 보면
├ 차분히 하다 보면
├ 하나하나 하다 보면
└ 하나둘 하다 보면
어느 때부터인가 ‘-的’ 굴레에 매여, 이 말투가 없으면 아무 말도 못할 듯 여기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지속적’이라는 낱말을 안 쓰면 어떻게 자기 뜻을 나타내느냐고 툴툴대는 분이 꽤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만히 머리를 굴려 보셔요. 우리 삶터에 ‘지속적’이라는 낱말이 스며든 때가 언제쯤이었던가요. 우리한테 ‘지속적’이라는 낱말이 없던 때에는 어떤 낱말로 우리 마음과 생각과 뜻을 나타내고 있었던가요.
┌ 한 걸음씩 걷다 보면
├ 즐겁게 하다 보면
├ 한결같이 하다 보면
└ 고이 해 나가다 보면
지금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말투를 내버리고 있지 않나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우리 두 손으로 우리 글맛과 글멋을 깎아내리고 있지 않는가 곱씹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이때뿐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다른 이가 시키지도 않으나 우리가 나서서 우리 말 문화를 좀먹으면서 우리 삶터를 엉터리로 비틀어 버리고 있는지 아닌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모든 일은 첫 걸음부터입니다. 밥도 한 숟갈씩 뜹니다. 처음부터 큰일을 할 수 없고, 작은일 하나하나 엮으면서 비로소 큰일이 됩니다. 한 번 두 번 만나는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믿음이 커집니다. 세 번 네 번 어울리는 동안에 아름다움이 태어나고 그리움이 커 갑니다.
우리가 가꾸는 우리 말이란 날마다 조금씩 손질하고 돌보고 쓰다듬으면서 북돋우게 되는 문화입니다. 우리가 일구는 우리 글이란 꾸준하게 손보고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거듭나게 하는 삶입니다.
지식이 아니라 문화이고, 정보가 아니라 삶입니다. ‘국어순화’가 아닌 ‘삶다듬기’나 ‘삶보듬기’입니다. 말 지식 쌓기가 아니라 ‘사랑나눔’과 ‘믿음키움’입니다. 내가 내 마음을 어떤 낱말과 말투로 감싸면서 내 둘레 사람을 만나고 있는가를 돌아보자는 우리 말 다듬기입니다. 내가 내 넋과 얼을 어떤 낱말과 말투로 옷을 입히면서 내 땅에 우뚝 서 있는가를 깨닫자는 우리 글 다듬기입니다.
어느 낱말을 꼭 써야 한다는 우격다짐은 없습니다. 어느 낱말은 반드시 안 써야 한다는 시킴은 없습니다.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 손을 붙잡고 따르게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스스로 마음이 움직여서 일어나야 합니다. 먼저 마음으로 느끼고, 다음으로 삶이 바뀌어야 합니다. 차근차근 새로워지고, 하루하루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시나브로 몸에 배고, 천천히 입과 귀에 익어야 합니다.
┌ 한 가지씩 하다 보면
├ 힘써서 하다 보면
├ 땀흘려 하다 보면
└ 온몸 바쳐 하다 보면
자기가 살아가는 대로 말이 나옵니다. 자기가 겪은 대로 글이 흘러나옵니다. 자기가 바라는 대로 말투가 드러납니다. 자기가 바라보는 대로 글투가 달라집니다.
우리들은 어디에 어떻게 서 있으면서 누구와 어울리는 말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들은 어느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어떤 이와 부대끼는 글을 쓰고 있는가요. 한꺼번에 자기 말투를 모두 뜯어고치자는 이야기가 아니요, 하루아침에 자기 글투를 송두리째 바꾸자는 소리가 아닙니다. 꾸준하게 자기 삶을 돌아보고 자기 이웃을 헤아리면서 자기 얼이 깃든 말을 다독이자는 걸음걸이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9.27 14:3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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