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막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뉴스 속 건강 60] 우울증 대책, 자살자 막는 근본 대책

등록 2008.10.10 16:57수정 2008.10.1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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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탤런트 최진실. 그녀는 자살 이전에 항우울제의 복용량을 늘리는 등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 탤런트 최진실. 그녀는 자살 이전에 항우울제의 복용량을 늘리는 등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화홈페이지
지난 2일 탤런트 최진실, 3일 트랜스젠더 연예인 장채원, 그리고 7일 커밍아웃 모델 김지후.


이들은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로 괴로워하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택했습니다.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로 인해 국민들은 물론이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악성 댓글에 의한 잇단 자살 사건에 대해 큰 우려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9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정부에서는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원인을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악성 댓글이 이들의 자살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보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고 최진실의 극단적 선택은 '우울증'이 큰 원인이었습니다.

고 장채원도 우울증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비록 이들이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자살의 근본적 원인은 '우울증'이고, 악성 댓글은 자살을 일으킨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고 최진실이 떠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K-1 파이터 최홍만이 10일 오전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를 통해 "죽고 싶다"는 글을 메인 화면에 올리면서 자살의 우려와 함께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우리 사회의 자살에 대한 문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만약 정부가 잇단 자살 사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을 강행하는 것보다 급증하는 우울증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강구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울증은 자살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자살자 가운데 약 80% 이르는 사람들이 우울증 환자로 파악되기 때문입니다.

지난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무영(무소속)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자살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1만3407건이 발생해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인 1만2968건으로 작년보다 이미 439건이나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매일 35명이 자살했지만 올해는 고 안재환과 고 최진실의 자살 사건으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와 경기 악화 등으로 인해 자살사건이 사상 최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OECD 자살률 1위를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으며,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살에 의한 사망률이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하는 등 문제가 심각합니다.

당신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자살의 우려와 함께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K-1 파이터 최홍만. 사진은 마이티 모와 싸우는 최홍만.
자살의 우려와 함께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K-1 파이터 최홍만. 사진은 마이티 모와 싸우는 최홍만. 김귀현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병'입니다. 우울증은 평생 한번 이상 이 병을 앓을 가능성이 15%에 이를 정도로 흔한 질병인데, 한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아파서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의 10% 정도는 우울증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인구의 5~10퍼센트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고, 3~5퍼센트가 치료를 요하는 중증 우울증 환자로 보고합니다.

작년 한 국내 연구팀이 지난해 전국 병원에서 진료 받은 우울증 환자 1425명을 조사한 결과 64.4%가 '우울증인지 몰랐다'고 답할 정도로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지 않아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해질 수도 있지만, 쇼크를 받아서 오는 우울, 예를 들어 가까운 친지가 죽거나 재산을 탕진한 경우 또는 실직을 했거나 고부간의 갈등 등으로 인해 생긴 '스트레스성 우울'은 순수한 의미의 우울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우울해지는 것이 당연하며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우울증 치료가 필요할 정도까지 발전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울증은 체질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기분을 조절하는 대뇌 속의 신경전달물질(노어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이 적절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유전학적으로 보면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10배 정도 우울증의 발병위험이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윤세창 성균관대학교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는 "생물학적, 유전적, 환경적, 심리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우울증의 원인을 설명합니다.

우울증, 약물로 쉽게 치료 가능해

우울증 체크리스트
아래 항목의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이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1.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쓰이고 걱정거리가 많아진다.
2. 쉽게 피곤해진다.
3. 의욕이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진다.
4. 즐거운 일이 없고, 세상일이 재미가 없다.
5. 매사 비관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절망스럽다.
6. 스스로의 처지가 초라하게 느껴지거나, 불필요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7. 잠을 설치고, 수면중 자주 깨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
8. 입맛이 바뀌고 한달 사이에 5% 이상 체중이 변한다.
9. 답답하고 불안해지며, 쉽게 짜증이 난다.
10. 거의 매일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늘어나며,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낀다.
11.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
12. 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신체증상이 계속된다.

※ 3가지 이상일 때 약한(경한) 우울증, 6가지 이상일 때 심한 우울증 증상입니다.

※ 단, 우울증의 최종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료제공 : 삼성서울병원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낍니다.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면 쉽게 중독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윤세창 교수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약인 항우울제는 수면제나 신경안정제와 달리 습관성이 없으며, 자살을 목적으로 대량 복용하지 않는 한 중독성도 없다"면서 "다른 항정신병 약과는 달리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도 거의 없다"고 항우울제가 안전하다고 설명합니다.

우울증은 치료를 받으면 약 1개월이면 좋아지는 비교적 잘 낫는 질환입니다. 다만, 약을 복용해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환자나 보호자가 이해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최소한 15일이나 그 이상 지속해 약을 써야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며칠 약을 복용하고 효과가 없다고 곧 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울증을 예방하는 특이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성격을 바꾸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습니다.

반건호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 교수는 "정신건강 유지에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매일 규칙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성취감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가장 큰 만족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한편 일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에는 다른 취미생활, 봉사활동 또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도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 몸과 마음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대인관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상적인 대인관계의 유지는 정신건강 유지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반건호 교수는 "늙어 죽을 때까지 사람을 만나며 살아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 정부에서 급증하는 자살을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무엇보다도 우울증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우울증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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