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가격이 절반 이하
.. 냉동 참치는 같은 품질의 생물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일세 .. 《미츠오 하시모토-어시장 삼대째(18)》(대명종,2006) 104쪽
‘냉동(冷凍)’은 ‘얼린’으로 다듬고, “같은 품질의 생물(生物)”은 “품질이 같은 산것”이나 “품질이 같은 산고기”로 다듬으며, ‘가격(價格)’은 ‘값’으로 다듬습니니다.
┌ 이하(二下) : 시문(詩文)을 평하는 등급의 하나
├ 이하(以下)
│ (1) 수량이나 정도가 일정한 기준보다 더 적거나 모자람. 기준이 수량으로
│ 제시될 경우에는, 그 수량이 범위에 포함되면서 그 아래인 경우를 가리킨다
│ - 수준 이하 / 18세 이하 관람 불가 / 100만 원 이하의 벌금
│ (2) 순서나 위치가 일정한 기준보다 뒤거나 아래
│ - 이하 생략 / 설날이라 오대조 할아버지 이하 아버지, 거기다가
├ 이하(?下) : 흙다리 밑
├ 이하(耳下) = 아랫볏
├ 이하(李下) = 이하부정관
├ 이하(李賀) :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790~816)
│
├ 가격이 절반 이하일세
│→ 값이 반도 안 될세
│→ 값이 반으로 깎일세
│→ 값이 반토막일세
└ …
국어사전에는 모두 여섯 가지 ‘이하’가 실립니다. 이 가운데 ‘아래’를 뜻하는 ‘以下’ 말고는 안 쓰는 말입니다. 역사사전으로 옮길 낱말이 둘이고, 중국 인명사전에 나올 말이 하나입니다. 왜 이런 말이 우리 나라 국어사전에 실려 있을까요. 왜 우리는 이런 낱말을 국어사전에 실으면서 ‘국어사전에 실리는 한자말 숫자와 부피를 뻥튀기 하듯 늘리고 있을’까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도무지 모를 일입니다.
┌ 수준 이하 → 수준 아래 / 수준이 안 됨 / 높낮이가 낮음
├ 18세 이하 관람 불가 → 열여덟 안 되면 못 봄 / 열아홉부터 볼 수 있음
└ 100만 원 이하의 → 벌금 100원까지 벌금
우리가 쓰고 있는 ‘以下’ 또한 ‘以上’이라는 한자말과 함께 얼마든지 털 수 있습니다. ‘아래-밑’과 ‘위’라는 토박이말이 있으니까요.
때에 따라서는 ‘적다’와 ‘낮다’와 ‘모자라다’와 ‘못 미치다’와 ‘안 되다’를 넣어 줍니다. 자리에 따라서 토씨 ‘-까지’를 붙이고, ‘떨어지다’를 넣어도 됩니다. “너는 수준 이하라서 같이 못하겠어” 같은 자리에서는 “너는 수준이 떨어져서 같이 못하겠어”나 “너는 수준이 낮아서 같이 못하겠어”처럼 다듬으면 잘 어울려요.
“100명 이하로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같은 자리는, “100명까지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로 다듬거나 “100명을 넘으면 못 들어옵니다”라든지 “100명이 들어오면 꽉 찹니다”로 다듬어 줍니다.
┌ 이하 생략 → 뒤는 줄임
└ 할아버지 이하 아버지 → 할아버지 밑으로 아버지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같은 글월은 “벌금은 100만 원까지 물리게 된다”나 “벌금은 100만 원까지 물릴 수 있다”로 고쳐쓸 때가 알아듣기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벌금은 100만 원까지 물립니다”처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ㄴ. 대통령 이하 미국정부
.. 이 전쟁으로 ‘사건’의 주모자들을 체포하여 ‘법’의 제재를 받게 한다고 대통령 이하 미국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 《오다 마코토/양현혜,이규태 옮김-전쟁인가 평화인가》(녹색평론사,2004) 22쪽
“사건의 주모자(主謀者)”는 “사건을 일으킨 사람”으로 다듬고, ‘체포(逮捕)하여’는 ‘붙잡아’나 ‘사로잡아’로 다듬습니다. “법의 제재(制裁)를 받게 한다”는 “법에 따라 다스린다”로 손질하고, ‘주장(主張)하고’는 ‘말하고’나 ‘이야기하고’로 손질해 줍니다.
┌ 대통령 이하 미국정부
│
│→ 대통령을 비롯하여 미국정부
│→ 대통령부터 미국정부 어디나
│→ 대통령과 미국정부 모두
└ …
일본사람이 즐겨쓰는 말투라고 하여 우리들이 거스를 까닭은 딱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사람이 즐겨쓰는 말투를 우리 나름대로 받아들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들여올 만한 말투여야 합니다. 받아들일 만한 말투여야 합니다. 우리가 예부터 이제까지, 또 앞으로도 넉넉히 쓸 말투가 있고, 우리 깜냥껏 알뜰하게 쓰는 말투가 있다면, 구태여 안 받아들여도 괜찮다고 느낍니다.
┌ 교장선생님 이하 임직원 일동
│
│→ 교장선생님을 비롯 임직원 모두
│→ 교장선생님과 모든 임직원
│→ 교장선생님부터 모든 임직원까지
└ …
우리는 우리 말투를 얼마나 돌아보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말투가 무엇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우리 말투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니 우리가 날마다 쓰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우리 말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12 14:4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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