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개월째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엠미 리이카넨(핀란드,22,중앙대 여행학과)은 전통혼례식때 입어본 한복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어에 능통한 그녀는 본래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았다가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문화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하니 이번 체험이 헛되지만은 않은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해 평소 한국 영화를 접했다는 엠미는 영화속에서만 바라본 한국의 모습과 실제로 접해본 모습이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속에서는 한정된 일부의 모습에 불과했지만 직접 한복을 입고 전통혼례를 올려보고, 장구를 쳐보고, 한옥 마당을 거닐어본 느낌은 사뭇 다르다고 했다. 쇼윈도에 걸려있던 옷을 직접 입어본 '실감'이라고나 할까.
서울외 다른 지역도 가보고 싶었다
일본 훗카이도에서 온 오카쟈키 모에(21, 일본, 중앙대 경영학부)가 전주에 온 이유는 조금은 특별했다. 사실 모에씨에게 이번 전주행이 처음은 아니다. 몇주전 한국인 친구를 따라 전주에 와본 경험이 있다. 모에씨는 서울에만 있다보니 한국의 다른 지역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긴 했지만 서울 외에 다른 곳도 무척 궁금했어요. 분명 지역에도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을텐데 그런 것을 접할 기회가 없으니까 좀 안타까웠죠. 아는 사람이 있으면 모를까, 말도 서투르고 지리도 잘 모르는 저에게 지역문화를 접하는 것은 힘들었죠."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그곳에는 뭐가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생겼던 것이다. 나를 보자 대뜸 '전주에도 사투리가 있느냐' '전주 사투리는 어떠냐' '전주사람들은 보통 어떻게 살고있느냐' 심지어는 '전주사람들은 어떻게 생겼냐'고 물어서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모에씨의 이러한 호기심은 100% 수긍이 간다. 만약 일본에 유학을 갔는데 도쿄에만 머문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따분하지 않을까. 모에씨가 딱 그 경우였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번 전주의 전통문화체험은 더없이 반가운 기회였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육회비빔밥이었어요. 전혀 맵지 않았어요. 무척 맛있었어요. 노래방에도 몇 번 갔는데 벌써 또 가고 싶네요.(웃음) 제 고향이 훗카이도의 ‘이와미자와’라는 곳인데 혹시 아세요? 한국인들은 훗카이도하면 삿포로만 알더라구요. 사실 일본인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그런데 이곳 전주와 분위기가 정말 비슷해요. 참 신기한 일이죠? 그래서 전주에 왔다간 뒤 없던 향수병이 생겼지 뭐예요. 아마 이번에도 그 향수병이 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지만 문화에 관한 한 '백견이 불여일험(驗)'이 더 맞을 듯하다. 두 손으로 직접 만들고 입어보고 만져본 한국의 전통문화가 그전에 보이던 것과는 달리 보일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번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한국의 전통체험을 모두 맛보았다고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문고리는 잡아본 셈이다. '한국의 전통문화'로 향하는 문에 한발짝 다가갔으니 이제 그 문고리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갈 차례다.
전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통문화 아카데미'는 한국에 유학 온 외국인 대학생에게 한국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이다.
유학생에게는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도시로서의 전주시의 위상과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목적을 꾀한다는 것이 전주시측의 설명이다.
또한 학점이수제를 도입해, 현재 우석대, 전북대, 전주대, 원광대 도내 4개 대학과 연계하여 외국인 유학생 8백명 가량이 전통문화를 이수중이며 수료후에는 대학과의 협정에 의해 2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유학생 뿐 아니라 대학 관계자들에게도 좋은 평판을 얻고있는 전주시 한국전통문화 아카데미는 내년부터는 수도권 대학까지 그 범위를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주요 과목으로는 한국의 생활문화, 전주의 역사문화, '한'문화 8과목(한글, 한지, 한식, 한복, 한춤, 한옥, 한방, 한소리) 등이다.
본 기사에 소개된 '한국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주말을 이용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1박2일(또는 1일) 일정의 체험 프로그램. 한옥마을투어, 전통혼례, 전통풍물, 한지공예, 한방공예, 한옥짓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져있다. 내년부터는 원어민 교사나 다문화가정, 주한미군 등으로 확대하여 실행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도내 대학 유학생을 비롯해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수도권 대학까지 포함해 약 1천여명의 대학생들이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