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두 손 모음
..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원장 유수 두 손 모음 .. <발우공양>(정토출판,2003) 5쪽
스님들은 늘 ‘합장(合掌)’을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합장’이라고 말하면서 으레 두 손을 가슴에 모아서 붙이곤 하니, 이 낱말 ‘합장’이 무엇을 가리키는 줄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스님들은 언제부터 ‘합장’이라는 낱말을 쓰게 되었을까요. 스님들은 이러한 낱말로만 당신들 매무새를 가리킬밖에 없었을까요.
한자말 ‘합장’은 ‘더하다(合) + 손바닥(掌)’으로, 말짜임은 중국 한문투입니다. 한국 한문투라면 ‘손바닥(掌) + 더하다(合)’처럼 되기 마련입니다. 아무래도 불교 문화가 우리 스스로 일군 문화가 아닌 바깥나라에서 들여온 문화이기 때문에, 불교에서 쓰는 낱말 또한 우리 스스로 빚어낸 낱말보다는 바깥에서 한문으로 들여온 낱말로 되어 있습니다.
┌ 두 손 모음
├ 두 손 모으기
├ 비손
│
└ 합장(合掌) : 두 손바닥을 합하여 마음이 한결같음을 나타냄
곰곰이 헤아려 보면, 우리네 옛 어머님들은 맑은 물 한 그릇 떠다 놓고 “두 손 모아 비나이다” 하고 외곤 했습니다. ‘합장’이라는 낱말을 아시는지 모르는지 ‘두 손 모아’ 하고 이야기하셨어요.
┌ (무엇) + 모아 : 두손모아 / 마음모아 / 생각모아 / 모두모아 / …
└ 두손모으기 / 마음모으기 / 뜻모으기 / 생각모으기 / 모두모으기 / …
두 손을 모아서 우리 마음이 한결같음을 나타내려고 하는 매무새는, 생각을 모으고 뜻을 모으고 이야기를 모으는 다른 일로 살며시 이어집니다. ‘모아’를 뒷가지 삼을 수 있고 ‘모으기’를 뒷가지 삼을 수 있습니다. ‘힘모아’, ‘뜻모아’, ‘사랑모아’, ‘믿음모아’, ‘슬기모아’처럼 쓸 수 있고, ‘돈모으기’, ‘책모으기’, ‘우표모으기’, ‘꿈모으기’처럼 쓸 수 있습니다.
내 삶뿐 아니라 이웃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말뿐 아니라 이웃사람 말 또한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갑니다. 내 말과 이웃사람 말 모두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 터전뿐 아니라 우리들 모두가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터전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옮아갑니다.
ㄴ. 들어온 돈과 나가는 돈
.. 아내는 매일 밤 잠들려고 할 때 가계부를 쓰는데, 들어온 돈과 나가는 돈 등 쓸 것이 너무나 많은 것 같았다 .. <천상병-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지상,1988) 26쪽
국민학교를 다니던 어릴 적, 학교에서는 ‘금전출납부(金錢出納簿)’ 또는 ‘금전기입장(金錢記入帳)’을 쓰도록 시켰습니다. 어머니는 집에서 ‘가계부(家計簿)’를 쓰셨습니다.
어린 나이로서는 외우기 힘들었던 이름들이고, 왜 이름을 따로 나누어야 했을까 모르는 일입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돈이 나고 드는 일을 적는 공책’이거나 ‘집안 살림살이를 적는 공책’이니 ‘돈씀씀이 공책’이나 ‘집살림 공책’쯤으로 이름을 붙여도 괜찮구나 싶은데.
┌ 수입(收入)
│ (1) 돈이나 물품 따위를 거두어들임
│ - 수입이 늘다 / 수입이 많다 / 쥐꼬리만 한 내 수입으로
│ (2) 개인, 국가, 단체 따위가 합법적으로 얻어 들이는 일정액의 금액
│ - 조세 수입 / 수입이 좋은 사업
├ 지출(支出)
│ (1) 어떤 목적을 위하여 돈을 지급하는 일
│ - 한 달간의 지출 명세 / 지출을 줄이다 / 지출이 수입을 초과해 적자
│ (2)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지불하는 경비
│ - 정부 지출 축소안이 통과되었다
│
├ 들어온 돈 / 나가는 돈
└ 든돈 / 난돈
제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쓰던 ‘돈씀씀이 공책’에는 ‘들어온 돈’과 ‘나가는 돈’을 적는 칸이 있었습니다. 어른들 쓰는 가계부에는 ‘수입’과 ‘지출’을 적는 칸이 있었어요. 뒤에는 ‘계-합계-총계’ 같은 말이 적혔습니다. 때때로 ‘모두’라고 적힌 공책도 있었습니다.
┌ 수입 - 지출 = 합계(계/총계)
└ 들어온돈 - 나가는돈 = 모두
생각해 보면, 한자로 ‘수입’과 ‘지출’을 적듯이, 토박이말로 ‘들어온돈’과 ‘나가는돈’을 적을 수 있습니다. 줄여서 ‘들온돈-나간돈’을 적을 수 있고, 한 번 더 줄여서 ‘든돈-난돈’처럼 적으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가 쓰려고 하면 얼마든지 알맞춤하게 줄여서 쓸 수 있습니다. 굳이 줄이지 않고 ‘들어온돈-나가는돈’처럼 네 글자로 적을 수 있어요. 우리는 모든 낱말을 ‘두 글자’로만 지을 수 없기도 하고, 두 글자라는 굴레에 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8.12.07 12:2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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