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40) 비판적

― ‘비판적 입장을 취하다’,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다듬기

등록 2008.12.15 17:53수정 2008.12.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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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비판적 입장을 취하다

 

.. 헬렌은 이 책에서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전사섭-장충동 김씨를 위한 책 이야기》(시공사,2003) 68쪽

 

 “크리슈나무르티에 대(對)해”는 “크리슈나무르티한테”로 다듬고, “입장(立場)을 취(取)하고 있다”는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로 다듬어 봅니다.

 

 ┌ 비판적(批判的) :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하거나 밝히는

 │   - 비판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 매사에 너무 비판적이다

 ├ 비판(批判) :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리어 판단하거나 밝힘

 │   - 비판을 받다 / 비판이 일다 / 비판이 제기되다 / 신랄한 비판을 가하다

 │

 ├ 크리슈나무르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 크리슈나무르티를 비판한다

 │→ 크리슈나무르티를 비판하고 있다

 │→ 크리슈나무르티를 비판하는 쪽에 서 있다

 │→ 크리슈나무르티한테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 크리슈나무르티한테 잘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 크리슈나무르티한테 무엇이 잘못인지 말하고 있다

 │→ 크리슈나무르티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

 └ …

 

 널리 문제가 되는 영화나 문학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작품은 “문제가 되는 작품”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한테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작’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작품을 일컬어 “문제적인 작품”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사람들 입에 두루 오르내리는 작품이라고 해서 ‘화제작(話題作)’이나 ‘화제 작품’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화제작도 “화제적 작품”이 되는 셈일까요. 사람들 눈길을 모은다고 해서 ‘관심작(關心作)’이라고 하는 작품도 “관심적 작품”이 되는지요.

 

 ┌ 비판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 비판해야 한다 / 비판해 주어야 한다

 └ 매사에 너무 비판적이다 → 모든 일에 너무 꼬치꼬치 따진다

 

 알맞게 쓸 말은 알맞게 써 주어야 합니다. 괜히 껍데기를 들씌우거나 겉치레로 휘감을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좀더 사랑스럽고 믿음직하며 아름답다고 느끼는 말과 글을 써야 합니다.

 

 껍데기를 들씌우니 껍데기말이고, 겉치레로 휘감으니 겉치레말입니다. 껍데기가 아닌 사랑으로 보듬어서 사랑말이요, 믿음으로 감싸서 믿음말이며, 아름다움으로 가꾸니 아름다움말입니다. 같은 말 한 마디라도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 신랄한 비판을 가하다

 │→ 날카롭게 비판하다

 │→ 날카롭게 따지다

 ├ 비판이 제기되다

 │→ 비판이 나오다

 │→ 잘잘못을 따지다

 │→ 잘잘못을 묻는 목소리가 있다

 └ …

 

 쓸 만한 한자말이면 알맞게 추슬러서 쓰면 됩니다. 쓸 만하지 않은 한자말이면 마땅히 국어사전에서 덜어내고 우리 입과 손에서 떼어내야 합니다. 쓸 만하기에 널리 북돋우고, 쓸 만하지 않기에 깨끗이 털어냅니다. 쓸 만하기에 두루두루 쓰는 동안 아름답게 자라납니다. 쓸 만하지 않은데 자꾸 써 버릇하면서 부스럼만 키우고 맙니다.

 

 ‘비판’은 한자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알맞게 쓰면 되는 낱말입니다. 그러나 이 낱말 하나 찬찬히 헤아리면서 알맞게 쓰지를 못하니 자꾸만 뒤에 ‘-적’을 붙입니다. 때와 곳에 따라서는 ‘비판’이라는 말을 덜고 ‘따지다’나 ‘캐다’나 ‘밝히다’ 같은 낱말을 넣으면 넉넉함을 느끼지 않으니, 이냥저냥 ‘비판’만 입과 손에 익다가 ‘-적’을 멋모르고 붙이기도 합니다.

 

 말뜻이 어떠한지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쓰임새가 어떠한지 꼼꼼히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말뜻을 알아도 올바르게 맞추지 못하고, 쓰임새를 깨달아도 찬찬히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ㄴ. 비판적으로 바라봅니다

 

.. 그는 3ㆍ1운동의 업적을 부인하자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앞으로 조국을 짊어지고 나아갈 때 보다 진지하고 정확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숙의-이 여자, 이숙의》(삼인,2007) 23쪽

 

 “3ㆍ1운동의 업적을 부인하자는 것이 아니라”는 “3ㆍ1운동이 이룬 열매를 깎아내리자는 소리가 아니라”로 다듬어 봅니다. ‘보다’는 ‘더욱’으로 다듬고, “진지(眞摯)하고 정확(正確)한 역할(役割)을”은 “차분하며 올바른 노릇을”로 다듬습니다.

 

 ┌ 비판적으로 바라봄으로써

 │

 │→ 비판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 차분히 돌아보면서

 │→ 잘하고 못한 대목을 짚으면서

 └ …

 

 꼼꼼하게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중요합니다. 어떤 일이 잘되었다면 앞으로도 잘될 수 있도록, 어떤 일이 얄궂게 뒤틀렸다면 앞으로는 뒤틀리지 않도록 바라보는 일이거든요. 곰곰이 되짚는 일은 중요합니다. 어떤 일이 잘되었다고는 하나 빈틈없이 마무리를 지었는지 모를 일이니까요. 어떤 일이 글러먹었다고는 하나 알뜰살뜰 잘하다가 한 번 잘못하는 바람에 꽝이 된 수도 있으니까요. 차근차근 돌아보고 구석구석 살피며 하나부터 열까지 고루 둘러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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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5 17:53ⓒ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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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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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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