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살사는알고 보면 성적 묘사를 주제로 한 너무나 야한 춤이다. 그런데 그 춤을 감상하노라면 야하단 생각보다 멋지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몸놀림이 너무 자연스럽다. 그게 매력이다.
문종성
아무도 그들의 춤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 같이 떠들고, 같이 즐기며, 무대 위의 춤을 보면서 동시에 내 안에 심하게 꿈틀대는 댄싱본능을 속박하지 않는다.
육덕진 몸매의 서양 아주머니도, 남자들의 애간장을 태울만한 아리따운 금발 아가씨도, 그리고 모든 남자들도 관객이자 동시에 댄서가 된다. 살사 음악이 흐르고 모든 이가 파트너십을 펼치며 호흡이 섞이고, 마음을 섞을 때 홀 안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된다.
천박하지 않으면서 아슬아슬 일탈을 즐기려는 야릇한 댄스 살사. 하지만 그 매력 넘치는 시공간을 초월한 친구들의 놀이터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홀로 겸허한 솔로의 자세로 사진만 찍는 이단아도 있긴 하다. 모든 이가 춤출 때 혼자만 "티타늄보다 딱딱한 성질의 몹쓸 몸치라, 됐거든요!"라고 말하는 용기, 바로 나다.
신나게 몸을 흔들다, 고민 없이 순간을 즐기다, 내일 아침 눈부신 햇살에 눈이 떠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난 더욱 그리워질지 모른다. 회귀본능은 내 의식 밑으로 잠시 묻어두었으니까. 언젠가 봇짐 하나 메고 콜라 하나 들고 떠나는 사막 길 위에 미치도록 시원함을 갈망하는, 뒤돌아 다시 그 자리로 뛰어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중에 한 곳은 분명히 쿠바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살사댄스로 흥건한 그 길거리의, 그 호텔의 냄새에 내 모든 교감신경이 작용할 것이다.
"살사는, 진심으로 내 생애 최고의 댄스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그런 감격을 안겨준 쿠바가 참 고맙다.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인심을 마음 판에 새겨준 쿠바가 참 사랑스럽다.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그 길, 그 집, 그 하늘, 그 바다, 그 바람, 그 사람, 그 이름, 그리고 내 곁을 스친 모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