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63) 다운로드

[우리 말에 마음쓰기 564] ‘다운로드를 받을’, ‘다운로드하고 난 후에’ 다듬기

등록 2009.02.27 10:43수정 2009.02.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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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다운로드를 받을

 

.. 이 서류는 시도교육청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도 있고, 해당 학교에서 구할 수 있다 ..  《정창교-마이너리티의 희망노래》(한울림,2004) 78쪽

 

 "해당(該當) 학교에서 구(求)할"은 "학교에서 받을"로 풀어냅니다. "그 학교에서 얻을"로 풀어내어도 괜찮습니다.

 

 ┌ 다운로드(download) :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파일을 받아 오는 것

 │

 ├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도 있고

 │→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도 있고

 │→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도 있고

 └ …

 

 세계 구석구석을 잇는 인터넷을 할 때 꼭 미국말을 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터넷으로 나라밖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라면 미국말을 써야겠지만, 나라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료를 주고받을 때에는 우리 말로도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파일을 '받는' 일을 '다운로드'라고, 파일을 '올리는' 일을 '업로드'라고 합니다만, 미국말로 할 때 '다운로드-업로드'이고, 우리 말로 할 때는 '받고-올리고'입니다. 미국사람한테 "파일을 보낼게요" 하고 이야기를 건네야 하는 자리라면 '업로드'를 한다 말하고, 그이가 파일을 받기를 바라면 '다운로드' 하라 말하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우리 동무나 이웃하고 파일을 주고받을 때에는, 또 일 때문에 뭇사람과 파일을 주고받을 때에는 '보내고-받고' 하면 되고, '올려놓고-내려받고' 하면 됩니다.

 

 ┌ 내리다 / 내려받다 / 받다

 └ 올리다 / 올려놓다 / 주다

 

 국어사전에도 실린 '다운로드'라는 낱말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파일을 받아 오는" 일을 '다운로드'라고 가리킨다고 나옵니다. 그렇다면, 보기글처럼 "다운로드를 받을"은 겹치기로 잘못 쓴 셈입니다. "파일을 받을 받을" 꼴이 되어 버리니까요.

 

 그렇지만, 우리 말을 우리 말답게 쓰지 못하면서 잘못되거 그릇된 말투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거나 술술 내뱉는 우리들은, '다운로드' 같은 미국말 한 마디를 쓰면서도 겹말로 잘못 쓰는 줄 느끼지 못합니다. 그냥 씁니다. 그예 씁니다. 버젓이 씁니다. 버릇대로 씁니다.

 

 올바르게 쓰는 말과 글이 올바르게 품는 생각이 되는 줄 깨닫지 못합니다. 올바르게 품는 생각 하나가 올바르게 세상을 보는 눈이 되는 줄 살피지 못합니다. 올바르게 세상을 보는 눈 하나가 차츰차츰 세상을 바꾸는 힘으로 모두어짐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으나, 우리 스스로 뿌리를 뻗지 않는 가운데 줄기만 올리고 빨리빨리 꽃만 피우려 합니다. 넋없고 얼없을 뿐 아니라 생각없고 마음없는 자리에는 속없고 사랑없고 믿음없는 줄을 조금도 느끼지 못합니다.

 

 

ㄴ. 다운로드하고 난 후에

 

.. 촬영한 이미지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하고 난 후에 메모리카드를 지우는 대신 다시 포맷하는 것이 가장 좋다 ..  《조나단 콕스/김문호 옮김-뛰어난 사진을 위한 접사의 모든 것》(청어람미디어,2008) 59쪽

 

 "촬영(撮影)한 이미지(image)"는 "찍은 사진"으로 손질합니다. '후(後)에'는 '뒤에'나 '다음에'로 손보고, "지우는 대신(代身)"은 "지우지 말고"나 "지우기보다"로 손봅니다. "포맷하는 것이"는 "포맷할 때가"나 "포맷하면"으로 다듬습니다.

 

 ┌ 촬영한 이미지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하고

 │

 │→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고

 │→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담고

 │→ 찍은 사진을 셈틀에 갈무리하고

 └ …

 

 사람들 말씀씀이를 돌아보면, 우리 말 '받다'나 '내려받다'를 쓰는 분이 차츰 줄어드는구나 싶습니다. 그냥 '다운로드'나 '다운'이라고 말합니다. 자료를 올릴 때에는 '업'과 '업로드'라 하고요.

 

 왜 '올리다'와 '올려놓다'는 안 쓰는지, '받다'나 '내려받다'나 '내리다'로는 모자라다고 느끼는지 생각해 보는데, 영어를 영어가 아니라고 느끼거나 영어를 쓰는 일이 무슨 잘못이겠느냐 느끼지 싶어요. 나라에서도, 지역자치체에서도, 또 학교에서도 영어마을을 만들고 '영어만 써야 하는 교실'을 마련합니다. 이러다 보니, 알맞거나 올바른 말과 글을 쓰기보다는, 이냥저냥 바깥말을 써 버릇하게 되지 싶어요.

 

 제대로 된 우리 말을 배우고 쓰도록 하는 '한글마을'이란 없으니까, 오로지 입시교육으로 치닫는 논술 글쓰기 학원만 있으니까, 어버이 된 사람이나 학생 된 우리 스스로 올바르고 알맞게 말하고 글쓰겠다는 생각이 없으니까, 자꾸자꾸 이처럼 엇나가지 않느냐 싶습니다. 나날이 빗나갑니다. 한결같이 이지러집니다. 거듭거듭 망가집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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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7 10:43ⓒ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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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외국어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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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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