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방에는 '대통령 대행인'이 찾아온다

[정치人n] 슈퍼 추경 주도하는 '슈퍼 파워' 임태희... 민원 천태만상

등록 2009.03.11 10:56수정 2009.03.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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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18대 총선 직후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인 임태희 의원(3선·성남 분당을)의 방에 대통령 대행인이 찾아 보좌관들을 긴장시켰다. 문서도 전달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랬다.

 

"원화를 기준통화로 만들기 위해 동북아 평화 개발은행을 만들어야 한다."

 

아래엔 대통령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잠시 뒤 그의 명함을 받아본 본 보좌관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 민주주의 공화국 초대 대통령 대행 △△△'

 

각종 민원 쏟아지는 임태희 의장실...

"천황제 도입해야" '황당' 주장도

 

임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민원인으로 응대를 하긴 했지만, 소설 같은 주장이 많아 당황스러웠다"며 "임 의원을 비롯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등 국가와 분야를 막론한 유명인사 수십 명의 이름이 적어놓고 마치 그들이 동의한 것처럼 사인을 한 서류를 들고 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책위의장을 맡은 뒤부터 임 의원실엔 이런 각종 민원이 쏟아진다. "방문 민원은 하루 대여섯 차례, 전화는 보통 10~20분 간격으로 온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이다. 팩스·이-메일로 들어오는 민원도 적지 않아 따로 비서와 인턴사원이 관리할 정도다.

 

내용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천황제를 도입해 달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부터 생면부지인데도 '취업을 해야 하니 추천서를 써달라'는 개인적인 민원에다, '법 개정 후 재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정책 불만까지 다양하다. 무턱대고 전화해서 욕설을 늘어놓는 시민도 있다.

 

보좌관들은 "어떤 때는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느낄 정도"라고 하소연하면서도 일단 의원실로 들어오는 민원은 꼼꼼히 관리해 의원에게 보고한다.

 

임태희 의원은 "시민들의 민원으로 개정된 법이 현장에서 적용될 때 어떤 허점이 있는지를 알게 되거나 정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며 "평소에 단 한 사람의 민원이라도 소홀하게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만난 청취자에 '정책 A/S' 하기도

 

지난 4일에는 한 라디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청취자에게서 들은 쓴소리에 'A/S'를 하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 자신을 "50대 초반의 가장이자 차상위 계층"이라고 소개한 시민 이아무개(51)씨는 임 의장에게 "이명박 정부 들어 복지정책이 감소, 폐지되어 가고 있다"며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지원금이) 월 3만원씩 해서 분기별 9만원씩 나왔는데 작년 1월 1일부터 없어졌다. 동사무소에서 쌀 한 포대를 시중 50%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없어졌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임 의원은 "복지정책은 원래 돈을 중앙에서 내려 보내면 50대 50으로 섞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지출을 하게 돼 있다"며 "혹시 작년에 세수가 줄어들면서 중앙정부에서 돈이 안 내려와 지원을 못하는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답변했다.

 

방송 다음날, 임 의원은 이씨에게 다시 전화했다. 사정을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이후엔 당의 보건복지 전문위원에게 해결 방안이 없는지 알아볼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씨는 "의원이 직접 전화를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아직 해결은 안 됐지만 문제가 뭔지 파악해보겠다면서 관심을 가져주어 고마웠다"고 말했다.

 

'슈퍼 추경=일자리 추경'으로 정국 주도

 

그의 주특기인 '정책 A/S'가 아니더라도 임 의장은 요즘 이곳저곳에서 상한가다.

 

최근에는 이른바 '슈퍼 추경'(추가경정예산) 논란의 핵심인사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장단 회의에서도 "우리 경제에서 일자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으며 이번 추경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일자리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일자리 추경'을 강조했다.

 

'슈퍼 추경 반대는 일자리 반대'라는 '낙인 효과'를 염두에 둔 전략이다. 그러나 아무나 낙인 효과를 거둘 수는 없다. 집권여당 정책위의장이 갖는 '슈퍼 파워'다. 그래서 그의 방에 '대통령 대행인'이 찾아오는지도 모르겠다.

2009.03.11 10:56 ⓒ 2009 OhmyNews
#임태희 #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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