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95) 근본적

― ‘근본적인 회의’, ‘근본적인 접근’, ‘근본적으로 다르다’ 다듬기

등록 2009.04.21 16:27수정 2009.04.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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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하기

 

.. 그때마다 위기를 넘기기는 했으나, 10년의 약사 경험은 이 시대에 약사라는 직업이 뭔가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  《김용희-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샨티,2004) 28쪽

 

 '위기(危機)'는 그대로 두어도 되나, '어려움'이나 '고비'로 손볼 수 있습니다. "10년(十年)의 약사 경험(經驗)"은 "열 해라는 약사 경험"이나 "약사로 열 해 일해 보니"쯤으로 다듬습니다. "이 시대(時代)에"는 "오늘날에"나 "이 즈음에"로 손질하고, '직업(職業)'은 '일'로 손질하며, "뭔가에 대(對)해"는 "뭔가인가를"이나 "뭔가를"로 손질합니다. "회의(懷疑)를 갖게 하기에 충분(充分)하다"는 "다시 생각하게 한다"나 "돌아보게 한다"로 고쳐 줍니다.

 

 ┌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하기에

 │

 │→ 뿌리부터 돌아보게 하기에

 │→ 처음부터 되돌아보게 하기에

 │→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기에

 │→ 모두 다시 살펴보게 하기에

 │→ 속속들이 되씹어 보도록 하기에

 │→ 하나부터 열까지 되짚어 보도록 하기에

 └ …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 스스로만 좋게 느끼는 일인지를 돌아보는 일이란 무척 뜻이 있습니다. 나만 좋아도 넉넉할 수 있지만, 내 이웃과 동무와 식구한테는 좋지 않다면 큰 걱정이거든요. 그러나, 둘레에서 우리가 하는 일 참뜻을 몰라서 걱정일 때가 있으니, 이때에는 마음을 좀더 단단히 먹고 뚜벅뚜벅 걸어갈 노릇입니다. 나는 뒤늦게 깨달았어도, 내 이웃과 동무와 식구는 못 깨달을 때가 있으므로, 이때에는 나 스스로 먼저 깨달은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주면서 서로 한결 나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마음을 쏟아야지 싶습니다.

 

 밑뿌리부터 차근차근 살피면서, 처음부터 곰곰이 돌아보면서, 하나하나 빠짐없이 헤아리면서, 우리들 일과 놀이를 올바르게 가다듬을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을 아름답게 가꾸면 누구보다도 우리 스스로 즐겁고, 저절로 우리 이웃과 동무와 식구 모두한테도 즐거우니까요.

 

 

ㄴ. 근본적인 접근

 

.. 바다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보상이나 대가를 제공하기보다 자발적으로 나서게 할 때 훨씬 근본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  《홍선욱,심원준-바다로 간 플라스틱》(지성사,2008) 89쪽

 

 "보상(報償)이나 대가(代價)를 제공(提供)하기보다"는 "돈으로 갚아 주기보다"나 "돈을 주어 하기보다"로 손봅니다. '자발적(自發的)으로'는 '스스로'나 '저절로'로 다듬고, "접근(接近)이 될"은 "다가설"로 다듬어 줍니다.

 

 ┌ 훨씬 근본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

 │→ 훨씬 뿌리뽑기 쉽다

 │→ 훨씬 쉽게 고칠 길이 열린다

 │→ 훨씬 뿌리깊이 다가설 수 있다

 │→ 훨씬 깊이 다가설 수 있다

 │→ 훨씬 깊이 바라볼 수 있다

 └ …

 

 "근본으로 접근"한다는 이야기는 "뿌리로 다가선다"는 말이고, 뿌리로 다가선다는 이야기는 "밑바탕으로 다가서면서 잘잘못을 캐내어 고친다"는 말입니다. 뿌리란 모든 일에서 '가장 밑'이므로, 무엇보다도 '깊이' 다가선다는 이야기가 되니, '깊이 바라본다'거나 '깊이 살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어떤 일이든 깊이 살피고 다가서야 비로소 실마리를 찾아내어 풀어냅니다. 깊이 살피거나 다가서지 않고서야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없습니다. 깊이 살피거나 다가설 때 꼬였던 매듭을 풀 수 있고, 깊이 살피거나 다가서지 않을 때 자꾸자꾸 뒤틀리고 맙니다.

 

 영어든 한자이든 깊이 살필 때 한결 잘 알아채거나 느끼거나 배웁니다. 우리 말이든 일본말이든 깊이 살피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잘못 알거나 비뚤어지게 알면서 버릇이 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깊이 들여다보아야 하고, 어릴 때부터 깊이 헤아리는 매무새를 길러야 합니다.

 

 

ㄷ. 근본적으로 다르다

 

.. 자신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솔한다'는 태도와 우주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  《가와이 하야오/햇살과나무꾼 옮김-판타지 책을 읽는다》(비룡소,2006) 289쪽

 

 "모든 것을"은 "모두를"로 다듬고, "지배(支配)하고 통솔(統率)한다"는 "다스리고 이끈다"로 다듬으며, '태도(態度)'는 '매무새'로 다듬습니다. '균형(均衡)'은 '어울림'으로 손질하고, '중요(重要)하게'는 '크게'나 '알뜰히'로 손질해 봅니다.

 

 ┌ 근본적으로 다르다

 │

 │→ 처음부터 다르다

 │→ 뿌리가 다르다

 │→ 밑바탕이 다르다

 └ …

 

 이 사람과 저 사람은 달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니, 달리 생각할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똑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달리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어느 대목에서는 생각이 꼭 맞아떨어지기는 하지만, 살아온 자리와 때와 어울리거나 부대낀 사람이 같지 않으니 같은 생각일 수 없습니다. 우리 뜻과 느낌을 나누고자 같은 말을 쓴다고 하지만, 가만히 살피면 다 같은 말이라지만, 저마다 높낮이며 길고짧음이며 같은 사람이 없는 가운데, 쓰는 낱말이 다르고 말투와 말씨와 말결 모두 다릅니다. 모두들 스스로 좋아하는 길에 따라서 삶이 다르고, 다른 삶에 따라 말이 다릅니다. 이 다름이란 우리가 우리이도록 하기에 알뜰히 돌아보게 되고, 차근차근 되짚게 됩니다.

 

 ┌ 몹시 다르다

 ├ 크게 다르다

 ├ 대단히 다르다

 ├ 하늘과 땅처럼 다르다

 └ …

 

 밑바탕이 다른 우리들이니 여러모로 크게 다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우리들이기에 몹시 다르기 마련입니다. 아주 다르고 매우 다르고 대단히 다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가운데에도 용케 도란도란 어울립니다. 참으로 다른 우리들이나 퍽 슬기롭게 어울립니다.

 

 어쩌면, 서로 달라서 어울릴 수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서로 같지 않으니 어깨동무를 하면서 나아가지 않느냐 싶습니다. 서로 다르니 기꺼이 받아들이고, 저마다 다르니 스스럼없이 바라보며, 누구나 다르기에 더 넓고 깊이 헤아리는 가운데 날마다 새롭게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느냐 싶습니다. 다른 삶이기에 흐르는 삶이 되고, 다른 마음바탕이기에 하루하루 기쁘게 받아들이지 않느냐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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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16:27ⓒ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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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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