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도 '페어플레이'가 있다는 것 아세요?

[책으로 읽는 여행 39] 이매진피스 임영신, 이혜영의 <희망을 여행하라>

등록 2009.07.20 13:54수정 2009.07.2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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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희망을 여행하라>의 겉그림. ⓒ 소나무

책 <희망을 여행하라>의 겉그림. ⓒ 소나무

며칠 전 제주 올레 서명숙 이사장을 만났다. 최근에는 올레가 워낙 많이 알려져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올레는 '개발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길을 걸으며 여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만남의 자리에서 서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제주 관광이 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발전했지만 그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호텔을 짓는다고 경관 좋은 곳을 마구 파괴하고 함부로 아스팔트 길을 마구 내 제주의 자연을 망가뜨렸다고 본다. 게다가 관광으로 이득을 본 사람은 누구인가? 제주 사람들은 별 이익이 없고 그저 땅과 볼거리를 제공하는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 말처럼 관광지 개발은 토착민들에게 별 이익을 주지 못하고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 경우가 많다. 네팔의 짐꾼들이 몇 푼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무거운 등산객들의 짐을 지고 나르는 동안, 관광객들은 아름다운 대자연의 나무를 베어 연료를 때는 호텔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게 관광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조금은 낯선 말 '공정 여행'

 

책 <희망을 여행하라>는 여행 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조금 낯선 말인 '공정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정 무역', '공정 거래'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공정 여행'이라는 말은 금시초문이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잘 꾸며진 리조트, 하얀 침대 시트처럼 우아한 여행을 떠올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원주민 마을, 토산품처럼 소박한 것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것을 체험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대부분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낭만'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여행의 이면에 숨겨진 열악한 현지 주민의 삶을 안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공정 여행에 한 번쯤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소개하는 공정 여행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 공동체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이다.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그럼 공정 여행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현지인에게 도움 주는 여행 방법 찾을 때

 

우선 지구를 돌보기 위해 비행기 이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비행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3%를 차지하며, 높은 고도에서 뿜어진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은 지상에서보다 3배나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리의 특성상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는 국외여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행기 이용 빈도수를 줄이면 그나마 공정한 여행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공정 여행의 방법으로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 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는 것이 있다. 관광 산업에 종사하는 청소부 요리사, 운전사, 짐꾼, 호텔 안내원 등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인권을 무시하지 않는 공정한 숙소와 여행사를 선택한다면 그야말로 인권 존중을 실현하는 공정 여행에 해당한다.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도 중요하다.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유명 호텔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나 음식점, 가이드, 교통 시설을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세계의 관광 산업은 매년 10%씩 성장하지만 관광의 경제적 이익 대부분은 G7 국가에 속한 다국적 기업에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발리나 사이판과 같은 유명 관광지에 가 보면 어마어마한 일본 자본의 투자로 지어진 호텔이나 관광 시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결국 일본의 배만 부르게 할 뿐이고 실제 그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아름다운 여행지를 사랑한다면 그 여행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행을 꾸려 나가야 할 것이다.

 

힐튼호텔에서 자고 에비앙 물 마시는 것, 이제 그만

 

우리에게는 '공정 여행'이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이런 여행을 꾸리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행동하는 시민 혹은 여행자들의 네크워크인 글로벌 익스체인지는 30개국 60여 개의 현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공정 여행과 공정 무역 캠페인은 스타벅스가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도록 결정하는 데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비록 그 힘은 약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런 여행에 동참할 때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우리는 흔히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힐튼 호텔'에서 잠을 자고 '에비앙' 물을 마신다. 이런 여행에서 쓴 돈이 탐욕스러운 다국적 기업가들의 호주머니를 채운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말이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박업체를 이용하고 그곳의 소박한 음식을 맛보는 여행이 더욱 늘기 바란다. 공평한 세상을 꿈꾸고 빈부의 차가 심하지 않은 세계를 원하며 평화가 이 땅에 머물길 기도한다면, 책에서 말하는 '공정 여행'에 동참해 봄이 어떨까?

2009.07.20 13:54 ⓒ 2009 OhmyNews

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개정증보판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소나무, 2018


#여행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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