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의 극치를 보이는 보물 제1532호 영릉 재실

[전통가옥의 숨은 멋 엿보기 34]

등록 2010.01.26 11:39수정 2010.01.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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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실 보물 제1532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효종대왕릉의 재실. 1673년 능과 함께 현 구리시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 하주성

▲ 재실 보물 제1532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효종대왕릉의 재실. 1673년 능과 함께 현 구리시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 하주성

 

여주에 있는 사적 제195호 영릉은 조선 제17대 효종대왕(1619 ~ 1659)과 인선왕후 장씨의 능이다. 효종대왕릉은 1659년 경기도 양주군 건원릉(현 구리시)의 서쪽에 조성하고, 능호를 익릉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 능 앞에는 제례를 올리는 준비를 하는 재실을 건립하였다. 이후 현종 14년인 1673년 석물에 틈이 생겨 현 위치로 옮겨오면서, 능호를 영릉으로 고치고 재실도 함께 옮겨왔다.

 

재실이란 제관의 휴식을 위한 공간과 제수의 장만 및 제기 등을 보관하고, 제사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능의 부속건물이다. 효종대왕의 재실은 보물 제1532호로 지정이 되었다. 현재 남아있는 조선 왕릉의 재실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대부분 멸실되었는데, 영릉 재실은 조선 왕릉 재실의 기본형태가 가장 잘 남아 있는 건축물이다. 이 재실은 공간구성과 배치가 뛰어나, 대표적인 조선시대 재실로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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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실 오래묵은 고목과 조화를 이루는 효종대왕릉의 재실. 앞쪽에 보이는 건물이 제기고이며, 뒤편에 건물이 제관들이 쉬는 재실이다. ⓒ 하주성

▲ 재실 오래묵은 고목과 조화를 이루는 효종대왕릉의 재실. 앞쪽에 보이는 건물이 제기고이며, 뒤편에 건물이 제관들이 쉬는 재실이다. ⓒ 하주성

 

담벼락 속에 들어간 굴뚝, 최고의 걸작품

 

효종대왕릉의 재실은, 현재 효종대왕릉 정문 바로 안에 자리하고 있다. 능으로 오르는 길  우측에 자리한 재실은 주변을 모두 담장을 둘렀다. 솟을대문의 양 옆으로 자리를 한 대문채는 방과 부엌, 그리고 대청 등으로 꾸며졌다. 들어가면서 좌측의 대문채는 끝에 대청과 방을 드린 날개채를 두고 있고, 그 뒤편에 다시 건물을 덧붙여 방과 헛간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대문채에는 방은 있는데, 굴뚝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굴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대문채는 바깥 담장을 벽으로 쓰고 있는데, 이 담장에 보면 중간에 네모난 구멍이 있고, 사이를 띄운 기와 몇 장으로 마감을 하였다. 이 구멍은 도대체 왜 만들었을까? 얼핏 보면 바람이 통하게 하는 바람구멍과 같이 생겼다. 그 구멍이 있는 뒤편으로는 모두 방을 드렸다. 이 구멍은 무엇일까?

 

이 담장 중간에 네모나게 만든 구멍이 바로 굴뚝이다. 부엌에서 불을 떼면 방안에 고래를 돌아 온 연기가, 바로 담장 안에 있는 연도를 통해 이 구멍으로 빠지게 되어있다. 최고의 건물에 가장 아름다운 굴뚝의 미학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참으로 우리 선조들의 예술적 감각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담장 안에 숨은 굴뚝. 최고의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아름다움마저 숨기는 이러한 건축이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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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돌로 쌓은 외곽 담장이 아름다운 효종대왕릉의 재실 ⓒ 하주성

▲ 담장 돌로 쌓은 외곽 담장이 아름다운 효종대왕릉의 재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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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채 외벽 대문채 외벽 중간에 네모난 구멍은 무엇일까? 뒤편으로는 방이 있다. ⓒ 하주성

▲ 대문채 외벽 대문채 외벽 중간에 네모난 구멍은 무엇일까? 뒤편으로는 방이 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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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외곽 담벼락에 난 이 구멍들이 바로 연기가 빠지는 굴뚝이다. 이 담방 안에 연도가 숨어있다. ⓒ 하주성

▲ 구멍 외곽 담벼락에 난 이 구멍들이 바로 연기가 빠지는 굴뚝이다. 이 담방 안에 연도가 숨어있다. ⓒ 하주성

 

재실 외벽의 아름다움

 

현재 보물 제1532호로 지정이 되어있는 효종대왕릉의 재실은 제관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재실과 행랑채를 겸한 대문채, 그리고 제기 등을 보관하는 제기고와 능에서 제례를 지낼 때 임금이 내려준 축문과 향을 보관하는 안향청 등이 있다. 재실의 경내에는 우물과 천연기념물 제459호인 수령 300년이 넘은 회양목과 고목 등이 있다.

 

이 재실에서 제관들이 쉬는 공간은 솟을대문을 들어선 후, 정면의 일각문을 지나 서 있는 재실이다. 그런데 이 재실의 심벽은 처마 있는 곳까지 쌓아올렸다. 이런 형태의 모습은 어느 전각에서도 보기 힘든 형태다. 이 건물의 양편 외벽만을 이렇게 꾸며 놓아, 이곳의 특별함이 눈에 띤다. 효종대왕릉의 재실이 건축학으로 보아도 뛰어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이렇게 하나하나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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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벽 재실 외벽의 심벽. 처마있는 곳까지 전체를 다 꾸며서 특별한 건물임을 알려준다. ⓒ 하주성

▲ 외벽 재실 외벽의 심벽. 처마있는 곳까지 전체를 다 꾸며서 특별한 건물임을 알려준다. ⓒ 하주성

 

안양청의 건축미학 돋보여

 

장대석의 기단을 쌓고 그 위에 마름모꼴의 주추를 놓아 올린 안향청. 제사를 지낼 때 임금이 내려준 축문과 향을 보관하던 건물이라고 한다. 이 안양청은 앞에서 바라보면 좌우에 방문과 같은 여닫이 창호가 있고, 중간에는 대청문과 같이 꾸며졌다. 그런데 정작 방은 우측에 문 안쪽이 방이다. 그것도 전체적으로 다 방을 꾸민 것이 아니고, 반을 나누어 앞쪽에는 방이 있고, 뒤편으로는 마루를 깔았다.

 

그리고 남은 부분은 모두 마루를 깔았다. 결국 중앙에 둔 대청문을 중심으로, 좌우로 대칭이 되어 있는 방과 같은 창호는 우측만이 방이 된다. 더욱 이 방의 마루를 향한 창호는 특이한 문양으로 꾸며졌다. 이 창호는 '교실팔각불발기'란 방법으로 중앙을 꾸미고, 나머지는 격자살로 조형미를 돋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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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향청 재실 안에 있는 안향청은 제를 지낼 때 임금이 내려 준 축문과 향을 보관하는 장소이다. ⓒ 하주성

▲ 안향청 재실 안에 있는 안향청은 제를 지낼 때 임금이 내려 준 축문과 향을 보관하는 장소이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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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호 안양청의 방문. 특이한 창호를 두어 아름답다. 반은 방을 드리고, 나머지는 마루를 깔았다. ⓒ 하주성

▲ 창호 안양청의 방문. 특이한 창호를 두어 아름답다. 반은 방을 드리고, 나머지는 마루를 깔았다. ⓒ 하주성

 

이러한 모든 것들이 이 효종대왕릉의 재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담장 안에 둔 굴뚝과 위까지 끌어올린 심벽, 그리고 안향청의 독특한 건축방법 등. 이 재실의 아름다움은 그 어느 고택보다도 훌륭하다.

2010.01.26 11:39 ⓒ 2010 OhmyNews
#효종대왕릉 #재실 #보물 #굴뚝 #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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