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307) 철학적 1

― '철학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의견 차이' 다듬기

등록 2010.04.14 13:08수정 2010.04.1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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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적 1 : 철학적 차이

 

.. 좋게 말해서 철학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의견 차이는 질병의 원인에 대한 지식과 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책임 문제를 둘러싼 것이다 ..  <데브라 데이비스/김승욱 옮김-대기오염 그 죽음의 그림자>(에코리브르,2004) 17쪽

 

"우리의 의견(意見) 차이(差異)"는 "우리 생각"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앞에서 "철학적 차이"라 하면서 '차이'라는 낱말이 나왔거든요. 또는, 이 글월을 통째로 손질해서 "좋게 말해서 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우리들은"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와 같이 글월을 통째로 손질할 때가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낱말 하나하나만 놓고 다듬기는 어렵습니다.

 

"질병(疾病)의 원인(原因)에 대(對)한 지식"은 "질병이 왜 생기나 하는 지식"이나 "병이 생기는 까닭을 다루는 지식"으로 손질하고, "그 지식"은 "이 지식"으로 손질하며, "둘러싼 것이다"는 "둘러싼 데에서 비롯한다"나 "둘러싸고 부딪힌다"로 손질합니다. 앞 글월을 "우리 생각은"으로 다듬으면 뒷 글월은 "둘러싼 데에서 비롯한다"로 손질하고, 앞 글월을 "우리들은"으로 다듬으면 뒷 글월은 "둘러싸고 부딪힌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 철학적(哲學的) : 철학에 기초를 두거나 철학에 관한

 │   - 철학적 사고 / 철학적인 문제 / 릴케의 시가 철학적으로 해석되는 이유

 ├ 철학(哲學)

 │  (1)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  (2)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인생관, 세계관, 신조 따위를 이르는 말

 │   -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활 철학을 가지고 살아간다

 │

 ├ 철학적 차이라고 할 수 있는

 │→ 철학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 생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는

 │→ 서로 다르게 볼 수 있다고 하는

 └ …

 

철학이란 딱딱하거나 머리 아픈 학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느끼고 헤아리고 살피는 마음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우리 삶에 밑바탕을 두는 학문이요, 삶이 없는 철학은 헛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거짓말이기 일쑤이고요. 그래서 이런 철학을 가리키거나 나타내는 말은 알맞게 가다듬어야 우리 생각과 삶을 알뜰하게 담아낼 수 있습니다. 어설피 말장난을 한다든지, 얄궂게 말자랑을 한다든지, 어리석게 말재주를 부린다고 해서 철학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낱말에 '-적'을 붙인다고 해서 뜻이나 느낌이 한결 깊어지지 않습니다. 더욱 '학문을 잘 다룬다'는 깊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철학적 차이"라고 했을 때는 먼저 '철학이라는 학문'이 다르거나 '이 학문을 바라보고 느끼고 아는 테두리'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앞엣것이라면 "철학이 다르다"로 풀면 됩니다. 뒤엣것이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나 "생각이 다르다"로 풀면 됩니다. 아니, 우리는 처음부터 이와 같이 풀어서 쉽게 써야 할 노릇이 아니랴 싶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철학 + 적' 같은 말투로 우리 넋과 얼을 나타내려고 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 싶습니다.

 

 ┌ 철학적 사고

 │→ 철학에 바탕을 둔 생각 / 깊은 생각

 ├ 철학적인 문제

 │→ 철학 문제 / 바라보는 문제 /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문제

 ├ 철학적으로 해석되는 이유

 │→ 철학으로 풀이되는 까닭 / 깊이있게 읽히는 까닭

 └ …

 

'철학'이라는 낱말을 써야 하는 자리라 한다면 이 낱말을 써야 합니다. '사상'이든 '종교'이든 '학문'이든, 우리는 이 같은 낱말을 알맞고 올바르게 써야 합니다.

 

그러나 구태여 쓸 까닭이 없는 자리에는 쓰지 않아야 합니다. 구태여 쓸 까닭이 없는데 '-적'붙이 말투를 자꾸 쓰고 있다면, 우리 스스로 사람들 앞에서 내 지식을 으스대거나 자랑하려는 얕은 매무새가 아닌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 생각이 어떠한가를 제대로 모르거나 놓치면서 껍데기만 잔뜩 들씌우고 있지 않은가를 살펴야지 싶습니다.

 

 ┌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르다 할 수 있는 우리는

 ├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른 우리는

 ├ 좋게 말해서 서로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고 할 만한 우리는

 ├ 좋게 말해서 서로 다른 생각으로 살아간다고 할 만한 우리는

 └ …

 

우리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야 합니다. 생각을 하면서 번역을 해야 합니다. 이 보기글을 다시금 헤아려 봅니다. 이 글을 우리 말로 옮긴 분은 맨 처음 영어로 글을 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지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어찌어찌 짜맞추어 한글로 적어 놓았으나, 무엇을 말하려는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둘 또는 여러 사람이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데, 왜 생각이 다른가 하는 문제는 두 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이를 옳게 풀어내지 못합니다.

 

통째로 손질해서 다시 적어 봅니다. "좋게 말해서 우리는 생각이 서로 다른데, 하나는 병이 왜 생기느냐 하는 생각이 다르고, 이 병이 생기는 까닭을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다르다." 또는, "좋게 말해서 생각이 다른 우리는, 병이 왜 생기는가를 다르게 생각하고, 이에 따라 병을 고치거나 병을 일으킨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 또한 다르게 생각한다."

 

수백 쪽에 이르는 책에서 이 글월 하나만 어줍잖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글월 하나를 손질해 본다 한들 다른 글월이라고 더 낫거나 좋지 않으니 답답하고 까마득합니다. 아쉬우나마 다문 한 줄이라도 우리 글답게 가다듬으면서 읽고 싶을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2010.04.14 13:08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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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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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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