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사와 온달관광지는 도보로 약 20-30분 거리다.
박솔희
무릉도원 같은 곳에서 절밥을 얻어먹고 내리막길을 따라 걷는다. 다음 목적지는 <태왕사신기>, <천추태후>, <연개소문> 등의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온달 관광지. 삼국시대 고구려의 영토로서 고구려와 신라 간 치열한 영토전쟁이 벌어졌던 영춘면에 소재한다. 온달산성, 온달동굴을 비롯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전설을 주제로 조성한 테마파크와 전시관, 드라마 세트장 등을 한데 묶어 온달 관광지라고 부른다.
구인사와 거리가 멀지 않아 읍내로 나가는 버스를 타면 5분 정도만에 온달관광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을 다니다보면 늘 봉착하는 문제, 배차 간격. 그렇게 먼 것도 아니니까 그냥 걷기로 했다. 한 시간에 몇십 킬로미터를 갈 수 있는 차를 탈 때와 시속 4km나 될까 말까 하는 느린 속도로 걸을 때 보이는 것은 또 다를 터이기도 하고.
그러나 무거운 배낭을 매고 햇볕 피할 그늘도 없는 아스팔트길을 한낮에 걷기는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집에서 막 나서 다리에 힘이 넘치던 어제와는 다르다. 호젓한 걷기여행의 즐거움을 느끼는 한편으로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는데, 차를 좀 얻어탈 수 없을까 생각해서였다.
여전히 용기가 안 났는지 아니면 그래도 걸을만 해서 그랬는지, 손 한 번 못 흔들어보고 열심히 눈빛으로 텔레파시만 전송했다. 그러나 차들은 무심히도 내 옆을 지나쳐 갔고, 이러다 도착하겠다 생각이 들 무렵 기적적으로(!) 트럭 한 대가 내 옆에 섰다.
"타세요~"반갑고 고마운 마음 가득 안고 차에 올라탔다. 차에는 젊은 남자 셋이 타고 있었는데 '친구들끼리 차 가지고 여행 다니는 중인가?' 생각했다. 알고 보니 운전하시는 분은 구인사 근처 식당에 계신 분이고 나머지 둘은 나와 같은 내일로 여행자들로 온달관광지를 가는 길인데 그 식당에서 밥을 먹었단다. 차로는 금방인 곳, 걸어가면 한참이니까 부러 태워다 주시는 거라고. 좋은 분이구나, 생각하는데 시원하게 닦인 구인사로를 내달린 지 이삼 분이나 됐을까, 온달관광지에 도착해 인사를 하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