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혼인무효, 혼인취소는 각기 다르다. 사진은 SBS 드라마 <그대 웃어요>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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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이혼과 혼인 무효, 혼인 취소는 어떻게 다를까. 먼저 이혼은 남녀가 결혼하기로 합의하여 합쳐서 살다가 나중에 갈라서는 것을 말한다. 결혼할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살다보니 폭행, 외도, 성격 차이 등의 이유로 헤어지는 것이다.
반면 혼인의 무효와 취소는 애초부터 혼인신고를 하는 데 흠(하자)이 있었던 경우다. 제대로 된 결혼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에 나온 혼인무효의 사례로는 ▲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경우(가짜 결혼, 일방적 혼인신고 등) ▲ 근친(8촌이내 혈족)간의 결혼 ▲ 직계인척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경우(장모와 사위, 시아버지와 며느리 등) ▲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인 경우 등이다. 혼인무효 판결을 받으면 처음부터 결혼 효과가 없던 걸로 돌아간다.
혼인 취소는 ① 사기나 강박으로 인한 결혼 ② 혼인 당시 상대방의 악질(惡疾) 등을 알지 못한 경우 ③ 근친혼 ④ 중혼(이중결혼) ⑤ 혼인 연령에 미달하거나 동의가 필요한 결혼에 동의가 없는 경우 등이 있다.
이중에서 ①은 3개월 안에, ②는 6개월 안에 혼인 취소 재판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니까 속아서 결혼했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취소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③의 근친혼은 혼인무효의 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근친을 말한다. ⑤에 나오는 혼인 연령은 남자는 만18세, 여자는 만16세이다. 이 나이가 되면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다.
[판결 3] "형부-처제도 15년 살았다면 '부부'... 유족연금 지급하라"[사례 3] 기구한 운명이었다. C씨(여, 61세)는 힘든 인생을 살아왔다. 65년 결혼한 언니가 20여 년 만에 병으로 세상을 뜨게 된다. 당시 미혼이던 C씨는 조카들을 돌보면서 형부와 가까워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동거를 시작하였다. 자상했던 형부는 부부 겸용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고 부부 동반 모임에 C씨를 데려갔다. 주변 사람들도 두 사람 사이를 부부로 알 정도였다. 그러다가 형부는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C씨는 공무원이었던 형부의 배우자로서 유족 연금을 신청했으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유족으로 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공무원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법에는 배우자의 범위에 "사실혼 관계에 있던 자를 포함한다"고 되어 있다. 혼인신고는 안 되었더라도 부부로 함께 산 사람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연금제도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제와 형부 사이는 [사례 2]에서 살펴본 대로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실제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 혼인 취소 사유까지 겹쳐 있으니 연금공단의 반응은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연금을 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도 지난달 25일 이같은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은 "비록 근친자 사이의 사실혼이라도 반윤리성, 반공익성이 현저하게 낮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유족의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이라는 연금제도의 목적을 우선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 처제와 형부간 결혼이 혼인무효 사유였다가 2005년 민법 개정으로 취소사유로 바뀐 점 ▲ 두 사람의 사실혼이 주변에서 받아들여진 점 ▲ 15년간 결혼생활로 부부생활의 안정성과 신뢰가 형성된 점 등을 사실혼 인정 근거로 들었다.
형부와 처제 사이의 결혼,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사회가 충분히 인정해줄 만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다. 힘들게 살아온 C씨가 연금으로 편안한 노후생활을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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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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