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말리기
성낙선
드디어 길가에 오징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기대했던 대로다. 허연 몸을 드러낸 오징어들이 길가 공터를 뒤덮고 있다. 반건조 오징어, '피데기'가 될 오징어들이다. 바다에서 잡아올린 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무척 싱싱하다. 때깔이 참 곱다. 이 오징어들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구우면, 입안에 단맛이 돌 정도로 맛있다. 아, 상상만 하고 있는데도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도로 주변에 공터를 찾아보기 힘들다. 빈 공간이 있으면 모두 지지대를 세워 오징어를 널어 말리고 있다. 도로가 온통 오징어 덕장으로 변해 있는 셈이다. 한쪽에서 마을 주민들 여럿이 밤새 널어 말린 오징어를 거둬들이느라 바쁘다. 이 오징어들을 한 축에 20마리씩 묶어 바로 유통업체에 넘긴다.
오징어를 말려서 피데기로 만드는 데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그 기간이 생각 밖으로 짧다. 요즘 같이 볕이 좋을 때는 하루 정도만 말려도 된다고 한다. 단 하루다. 하루 만에 생물 오징어가 반건조 오징어가 돼서 구이용으로 팔려나간다. 참 놀라운 일이다.
요즘 오징어 값이 배춧값 못지않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생산량이 예전만 못하기도 하지만,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게 주원인이다. 최근에 중국 사람들이 오징어를 먹기 시작하면서 물량이 달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13억 중국 인구가 오징어 맛을 알게 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 이건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피데기 같은 경우, 요즘 거리에 내놓기 바쁘게 팔려나간다고 한다. 내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 걸까? 이 많은 오징어들이 덕장을 떠나기 무섭게 팔려나간다니, 오징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내게 이처럼 무시무시한 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