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특임장관이 27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 중심시대 국가비전 개헌 토론회'에서 개헌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헌은 실현성이 없다. 개헌은 정치권의 찬성(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의 공감대(유권자의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런데 구제역과 전세대란 그리고 물가고에 시달리는 국민은 개헌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민주당도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한나라당의 2대 주주인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반대한다. 심지어 친이계 일부 의원들조차도 반대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표 계산이 안 된다.
개헌의 진정성도 찾기 어렵다. 추진자가 이재오 장관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재오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개헌이 대통령의 의중이라 대놓고 반대하지 못할 뿐이다. 여북하면 이 장관과 '형님 동생' 하는 홍준표 최고위원이 "이재오가 나서니 안 돼…개헌 정말 하고 싶으면 이 대통령 직접 나서라"라고 했을까?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는 것은 대통령이 직접 박근혜 전 대표와 담판을 지으라는 얘기다. 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는 이미 건널 수 없는 '불신의 강'이 깊게 파여 있다. 그 강의 중심에는 이재오라는 '잠룡'이 산다. 그에 대한 불신과 원한은 뿌리가 깊다.
대선 전 '부도수표' 남발했던 이재오, 지금은...한나라당 경선 전인 2006년 11월 22일 기자간담회 현장으로 거슬러 가보자. 그때도 지금처럼 그는 '구설'과 '음모론'에 시달렸다. 그 때문에 이재오 최고위원이 마련한 간담회였다. 그는 "내가 명색이 최고위원인데 나에 대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이렇게 음해하는데 후보들은 오죽하겠는가"라면서 1막, 2막, 3막까지 '음해 사례'를 들어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정책은 국가 전체의 기를 살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 돈이 한 푼도 안 든다. 운하를 만들면 옆에 새롭게 500만 평의 땅이 조성되고, 이를 민간기업에 불하나 임대를 하면 건설비용이 넘게 나온다. 또 운하를 건설해서 그 이전보다 환경이 파괴된 예는 전세계적으로 없다. 운하에 맞는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또 4~5년의 공사기간 동안 실업자 전체를 흡수할 수 있다. 운하 건설정책은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에 변화를 줄 것이다.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신의주까지 뚫으면 한반도 운하를 통해 새로운 통일로를 구축할 수 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은 단순한 대선공약이 아니라 한반도 국운을 되살려 보자는 것이다."당시는 본격적으로 대선 캠프가 차려지기 전이다. 그러나 당시 이미 그는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전도사'였다. 운하는 돈이 한 푼도 안 든다, 운하를 건설해서 환경이 파괴된 예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4~5년의 공사기간 동안 실업자 전체를 흡수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이 후보를 띄우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맹목적으로 '부도수표'를 남발하며 감당할 수 없는 헛된 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민주화 운동 경력 30년'을 강조하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나도 대통령을 하고 싶다"던 이재오의 욕망"지금 드러난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전 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대선주자들은 다 장단점이 있다. 지도자는 그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 향후 5~10년, 이 시기에 적합한 인물이 누군가? 이 점이 중요하다. 나도 당내 주요 당직을 다 거쳤다. 민주화 운동 경력 30년이다. 그럼 나도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 필요한 사람은 국운을 헤쳐나가고 국가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나는 부족하다. 나는 이 시기에 특정한 인물이 이 나라를 맡을 수 있도록 돕고, 그를 도와서 새로운 스타일의 나라를 만드는 힘을 보태고 싶다. 어려운 시기에 그런 인물이 나와야 하는데, 난 누군지 모르겠다. 내 마음 속에 있다고 해도 말할 수 없다. 하, 하, 하(웃음)."원하던 대로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이라는 '특정한 인물'이 이 나라를 맡을 수 있도록 도와서 '새로운 스타일의 나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그렇다면 당시 특정한 인물을 위해 유보했던 "나도 대통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그의 욕망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정치인의 본성이 아닐까?
게다가 이명박 당선의 1등 공신으로 이명박 정부의 2인자가 된 그는 18대 총선에서 박근혜계를 '공천학살'한 원죄가 있다. 그만큼 뿌리가 깊다. 박근혜 전 대표를 대변해온 친박계의 한 의원은 "국민이 무섭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했다"고 했다.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가 '공천학살 3인방'으로 지목한 이재오 최고위원과 이방호 사무총장, 정종복 사무부총장을 마치 핀셋으로 뽑아낸 것처럼 찍어낸 것을 보고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치 족집게처럼, 핀셋으로 뽑아낸 것처럼 찍어냈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2인자이자 '왕의 남자'인 '천하의 이재오'를 서울 은평을에서 떨어뜨렸다. 그것도 20년 동안 관리해온, 고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문국현한테 졌다. 이방호 사무총장을 텃밭인 영남(경남 사천)에서 떨어뜨렸다. 그것도 민노당 농민 후보(강기갑)한테 졌다. 정종복 사무부총장은 경북(경주시)에서 떨어뜨렸다, 그것도 2번씩(2008년 총선과 2009년 재보선)이나. 박근혜를 탄압한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응징이었다."이재오의 '폴더형 인사'는 면종복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