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싸움만 하면 나만 나쁜 놈 만들지?"

[레인보우 상담실 18] 연애 10년차 커플에게 권하는 '싸움의 기술'

등록 2011.08.17 11:46수정 2011.08.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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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6년째 연애중>에서 오래된 연인으로 나온 김하늘(이다진 역), 윤계상(김재영 역) ⓒ 나인앤미디어




2008년 개봉한 장기연애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6년째 연애중>은 호화캐스팅과 거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을 하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흥행 정도와 상관없이 영화 도입부에서 관객들은 6년간 장기연애를 한 다진(김하늘 역)과 재영(윤계상 역)을 통해 '설렘'과 '정듦' 사이에서 설렘에 먼저 한 표를 던지는 우리의 본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더불어 영화에 담긴, 함께 한 시간 만큼 쌓여온 상대방의 실수나 상처에 대한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들은 장기연애 커플들이 많이 공감할 만한 얘기였다. 이 영화가 여전히 케이블 여러 곳에서 절찬리에 방영중인 이유가 이런 것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애 10년차인 Y군과 K양. 동갑내기 고등학생 시절 풋풋하게 시작한 그들이 이제는 결혼이야기까지 오고가는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심각한 고민과 치열한 전투는 이제 시작. "난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Y군) vs. "넌 10년 동안 항상 그렇게 무책임했다!"(K양)는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면 당사자가 아닌 나조차도 "과연 이것이 결혼 문제인지, 그보다도 먼저 이들이 서로 사랑하긴 하는 건지"하는 고민에 빠져든다. 잠시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남자: 숨 좀 쉬게 해 달라!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이렇게 몰리는 게 싫어. 자연스럽게 결혼이야기가 나오고 같이 천천히 준비하면 좋을텐데 갑작스레 책임감만 어깨에 얹는 것 같아 무섭다고. 게다가 결혼에만 집중된 상황 때문에 이젠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조차 모르겠다. 가끔씩은 혼자 있으면서 생각도 하고 싶은데 넌 그런 걸 서운해하지. 조금의 사생활은 보호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넌 나의 모든 비밀번호를 알고 있고 감시하잖아. 그런데 결혼한다는 생각을 해봐. 숨이 턱 막혀.

여자: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네가 그때 나 몰래 소개팅 나가서 어떤 여자한테 작업을 걸지만 않았어도, 또 다른 여자 후배들이나 동료들과 거슬리는 문자들만 보내지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됐겠니? 비밀번호는 왜 걸어놓는데? 네가 켕기니까 그러는 거 아니니? 나도 아직 남자들에게 인기 많다고. 그래도 나는 매번 남자친구 있다고 하고 다 거절하는데. 어쩜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니? 너 나를 사랑하긴 하니? 너의 미래에 내가 있기는 한 거니? 왜 나만 히스테리 부리게 만들고 스토커처럼 보이게 해. 시작할 때 그렇게 간절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어쩜 그렇게 나를 당연시 여기니?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안 들어서 서운해. 난 대체 너에게 어떤 사람이니?

남자: 그래 너는 네가 항상 옳지!

너는 말싸움만 하면 그렇게 나만 나쁜놈 만들지. 그때는 미안하다고 말했잖아.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아직까지도 내가 바람둥이인 것처럼 몰아붙여? 너도 사람들하고 좀 만나고 이야기도 나눠보고 그래. 우리 둘이 항상 붙어있을 수는 없잖아. 내가 말했잖아. 우린 이미 사랑하는 친구사이라고. 남들처럼 설레고 두근대지는 않아도 그들이 쉽게 가질 수 없는 '10년으로 검증된' 사랑이 있잖아. 넌 어쩜 그렇게 모르니.

오래 사귀면서 좋은 추억이 많아진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준 상처와 실망의 개수도 늘어갈 것이다. 따라서 굳이 싸우려고 들면 싸움의 줄거리도 길어지고 그 안의 내용도 풍부해지기 마련. 하지만 이런 것들로 싸우려고만 들다간 결국 싸움이 주, 애정이 부인 만신창이가 될 것이 뻔하다.

이 커플사이에는 분명 깊은 정이 있다. 다만 <6년째 연애중> 속 다진의 명대사 "넌 내가 투명인간으로 보이니?"처럼 여자는 남자가 처음과 다르게 관심을 주지 않는 것 때문에 서운한 게 많고 과거에 무너진 신뢰 때문에 여전히 마음고생 중이다. 더불어 남자도 계속 옥죄어 오는 상황이 싫고 갈수록 심해지는 여자의 집착 때문에 잠시 편하게 있고 싶어 하는 것 뿐이다. 아마도 이들에게 부족한 건 '사랑'이 아니라 싸움의 기술이 아닐까.

가슴 졸이는 여자에게 권하는 아름다운 싸움의 기술: 남자의 과거를 자꾸 들추는 것은 상처를 깊어지게 하고 여자만 더 초라하게 만든다. 더불어 그것이 자신이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할까봐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쪽으로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냥 솔직하게 '그때 너무 서운했다 이제는 그러지 말라'고 한 뒤 두 번 다시는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해보라. 그리고 자신을 위해 가슴 속 미움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해보자. 아무리 감시를 한다고 해도 마음만 먹으면 상대방이 비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조심스럽고 솔직하게 상대방을 대하면 상대방은 미안해서라도 그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더 보일 것이다.

가슴 답답한 남자에게 권하는 아름다운 싸움의 기술: 여자는 말싸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안아주고 편을 먼저 들어주자. 물론 당신을 갑갑하게 만드는 그녀 때문에 힘들더라도 그것의 원인이 행동하지 않는 당신에게도 있음을 인정하자. 그녀가 원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처음 당신의 간절했던 눈빛과 마음'이다. 그녀를 사랑한다면 상황을 피하려 하지말고 함께하려고 해보자. 든든한 믿음을 주는 지원군이 옆에 있다는 생각을 그녀가 하게 되면 당신을 가두려는 마음도 풀리게 될 것이다.

※ 덧붙이는 말 : 하지만 반드시 솔직해져야 하는 문제, 정말 나는 그/그녀를 사랑하는가? 나는 또 같은 문제로 계속 그/그녀에게 상처주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게 아니라면 정말 아프더라도 이기적인 불안감, 즉 당장 외로워질 것 같다는 걱정, 때문에 이 관계를 더 유지시킬 필요는 없다. 반복되는 싸움에서 정말 용서할 수 없거나 개선될 여지가 없는 부분이 있다면 이별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래 사귄 시간의 무게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보다 서로 함께하는 미래가 아름다울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기 때문이다. 

'레인보우 상담실' 윤솔지 상담가 ⓒ 오마이뉴스

#장기연애 #연애 #레인보우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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