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차지한 자린데"...'도꼬다이'의 절규

[정치풍자소설 '대권무림' 47] 에피소드5 - 겨울이여, 유형의 겨울이여

등록 2011.12.09 09:47수정 2011.12.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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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죠. 허리가 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자신의 병명을 허리 디스크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의사에게 어려서부터 허리통을 유난히 앓았던 일, 최근 일어난 의자에서 일어나다 삐끗한 허리,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다친 일 등을 열심히 설명했죠. 그가 간 병원은 당연히 정형외과였겠죠. 하여튼 의사는 그를 뉘어서 허리를 만져보고 다리를 들게도 해보고, 비틀어도 봅니다. 물론 환자는 아프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죠.

사실 진찰 결과는 별 이상이 없다고 규정되었지만, 의사는 환자가 하도 아프다고 소리질러대니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X-Ray나 MRI 촬영을 권하죠. 돈 생각이 난 환자는 허리 디스크니까 허리 주사를 맞혀주고 제약 정제를 요구하지만, 완강한 의사의 소견에 따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예요. 정밀 진단 결과 그냥 단순한 근육통이었어요. 어떻게 되었겠어요. 종국에는 의사와 환자가 치료 대금을 가지고 싸웠어요. 별 얘기 아녜요. 다만 이건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라 전 국민 건강보험의 적용이 안 되는 미국의 얘기라는 거죠."

우리가 흔히 제3의 눈이라고 말하는 단전에는 세포의 활동이 활발하다. 육체는 인간이라는 세포가 걸치고 있는 옷이므로 그 옷의 내부를 관통하는 어떤 지점의 기의 융합은 중요한 나와 우주의 정점이다. 모든 것이 하나일 때 우주가 통합되는 원리로 작용하는데, 시민 무림단이 얘기하는 '기와 장을 튼튼히 보하여 신체의 용단을 조성하는 신의 명령으로 깨어 있는 무림국을 만들자.'는 슬로건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절대적인 개념인 우주의 원리인 음과 양을 합리적으로 조화하자는 공리적이고 매우 이타적인 배달민족의 창조 정신이다.

배달민족의 이타적 통일성은 분열에서 화합을 창조해내어 근원적으로는 지구 창조국의 원형을 한반도에 구현한다. 하여, 다소의 의견 차이나 진통은 수반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전 백성이 대동단결되는 세계 무림국 통일의 과업을 완수한다. 우리 배달민족이 겪는 산고의 진통은 썩어찌개가 냄비에 끓는 미국의 진통과는 맥을 달리한다. 우리 민족의 뇌하수체 속에 분비되는 차크라에는 세계 창조와 평화의 유액이 당당하게 흐른다.

화수목금토의 오기(五氣)에는 우리 민족성의 밝은 기운이 서려, 평화 속에서는 이합집산하다가도 난국에는 대동단결하는 질서의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길 수 없을 때는 싸우지도 말라고 했다. 책임감 강한 인물일수록 분명한 자기 소신과 입장을 펼칠 줄 안다.

무림 정치의 모든 문제의 근원이 백성들의 안위와 삶이 궁극적인 질을 높이는 일이라면, 소신 있는 자세로 단전에 힘을 모아 자신의 공력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는 자세를 가진 맹주의 출현은 반갑고도 고결한 것이다. 여기에 상식이 통하는 사회의 완성은 당연한 것이며 비상식적인 자세로 임해온 무림정치가 계속 횡행하는 형국이라면 그 바탕에서 백성들의 삶이 편안해짐을 바라는 것은 요행이다.

청와궁 그 높은 담벼락에 음영이 짙게 깔리고 잔뜩 찌푸린 겨울의 하늘에서 먹장구름이 드리울 때, '국민할매' 하나가 자기 생애 단 한번 도 꿈꾸지 않았고, 실현 가능성 제로였던 청와궁 입성을 서둘고 있었다. 그 성의 하루는 호위총관 무휼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호위무사들이 고속으로 움직이고, 도승지의 식견 높은 판단으로 정사의 고저가 조정되는 그런 곳으로써, 무사 강채윤이 함부로 대전으로 들어가 궁녀 소이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 결코 아니다.


우리 민주 무림국의 처지가 그럴진대 저 북조선닌민무국의 궁성은 어찌하겠는가? 그 거대한 뿌리 같은 곳에 국민할매가 입성했다. 무공이 깊은 것도 아니요, 도력이 충분하여 국왕과 더불어 경륜을 견줄 수 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오로지 한 가지 길에서 자신이 존재감을 입증한 노력과 가만히 있으면 엉덩이가 근질거리는 시장의 생리 때문이었다.

"나는요, 단 1초라도 가만있으면 도대체가 심심해요. 어릴 적 문제투성이뿐이었던 내가 지금 여기에…. 어휴, 이건 뭐가 잘못됐어. 어쨌든, 여기 과학기술영재들 앞에 있으니까 절라 떨리네. 역시 시간 날 때마다 무공을 쌓아야 돼. 후들거리는 다리를 만들지 않으려면.

있잖아요? 목적이 없는 삶이 얼매나 불행한지를 나는 잘 알아요. 여기 계신 분들이나 이 궁성에 몸을 담고 계신 인재님들이야 세상을 그저 서글서글 살아왔지만 알다시피 나는 거칠게, 험하게, 때로는 고독하게 살아온 율려 무림의 은둔자였잖아요?

허지만 나는 세상의 중심에서 율려의 향기를 꿈꿨고 지금 여러분 앞에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나는 또 다른 꿈을 꿉니다. 내가 율려 무림의 정상에 있을 때 타인에게 나를 주자."(박수 우렁우렁. 짝짝짝. 감사감사)

청와궁의 궁주인 명박경술사가 흡족흡족, 국민할매의 등을 토닥이며 '밥 먹고 가' 라고 말하자 국민할매는 이렇게 말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메뉴가 뭔가요?" 예전 같으면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다가 저자거리에 패대기쳐 지거나 더 거슬러 올라가면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할 일이었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 태왕의 심기도 불편했지만 어쨌든 그가 살아 나온 것으로 보아 대한민주무림대국이 자유를 더하고 나니 한결 성숙한(?) 민주주의국가가 되었는가 보다.

쭝꿔라닌민무국의 백성들은 자신의 대에서 혈통이 끊기면 조상에게서 용서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전쟁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조상과 자신의 혈족에 대한 예의와 책임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들은 우선은 싸움을 피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혈통의 보존을 꾀했으며, 나갈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면 우선은 조상의 영혼을 모신 종묘에서 승산을 따져보며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의 여부를 신중히 검토해보며 조상신께 빌기도 했었다.

재삼재사 숙고하고, 준비 없이 싸움에 임하는 것보다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를 철저히 한 연후에 전투에 임하려 했던 쭝꿔라닌민무국 백성들의 정신은, 오늘 우리 정치 무림대국이 마치 근대화의 격랑에서 강호에 홀로 버려진 강보에 싸인 아이의 입장이 되고 보니 새삼 귀감으로 다가온다.

무림 최대도방이 지분 문제로 사범들과 도방들 간의 혈전이 거세지더니 급기야는 도방 셋이 사범들을 데리고 짐을 쌓다. 난처해진 맹주 도꼬다이는 흔들렸으나 오랫동안 독야청청 구궁산천을 배회한 노회한 솔리스트의 촛불의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뉘들이 나가. 그래 다 나가라. 그래 나는 도꼬다이야. 나에게는 우리 공방을 쇄신할 자신도 있고 재창당의 충분한 로드맵도 있어. 난 말이야, 당내의 권력투쟁 따위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어. 마이웨이, 나의 길을 가련다. 이거 왜 이래. 내년 2월에 새로운 공방 구성하고 필요하면 무림의회에도 쌔빠들로 죄다 갈아엎을 거야. 여랑위빠들도 나보고 계속 맹주하래. 날 인정한단 얘기지.

'총선조기기획단'도 만들고 '정책쇄신기획단'도 만들어서 심도 있는 공력을 완성할 거야. 부자공방, 기득권공방, 수구골통공방의 이미지 싹 거둬내고 백성들의 환영을 받는 정통 무도공방, 젊은이들이 우리의 무술에 환장하여 '오빠! 오빠!'하고 무술을 배우러 오는 한류공방, 소외된 백성들을 하나도 없게 하여 도꼬다이 공방 최고 소리 들을 거야. 나 할 거야."

어떻게 차지한 맹주 자린가? 어렵게 자라 힘들게 익힌 비정통 무공으로 어부지리라는 주위의 온갖 마타도어들도 전부 밀어내고 얻은 자리. 나는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 탐나는 자 검을 들고 나오라. 천하제일검? 이방지, 무휼, 개파이, 강채윤 이 쉐이들 다 나와? 치사하게 뒤로 숨지 말고 나와서 다 붙어. 한판 해보자구.

서슬 퍼런 도꼬다이의 절규에 하늘에서 내려오던 먹장구름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자 먹장구름이 걷힌 자리에는 서서히 질서 잡힌 하늘의 색깔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색채는 정녕 어느 공방의 현판을 비출 것인지 결정하지 않은 채 부유하며 떠돌고, 그 사이 각 도방의 움직임은 마치 대나무밭 사이를 스치는 바람의 결정을 닮아가고 있었다.
#무휼 #홍준표 #강채윤 #이방지 #국민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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