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상률만도 못한 변액연금, 문제는 이거였네

[똑똑한 생활경제 25] 변액연금 수익률보다 무서운 고비용의 함정

등록 2012.04.24 17:24수정 2012.05.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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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공정거래위윈회에서 발표한 'K-컨슈머리포트 제 2012-2호'의 비교 대상은 민원 많기로 유명한 변액연금보험이었다.

각종 언론들이 '물가 인상률만도 못한 수익률이 처참하다'며 호들갑을 떨어댄 덕에, 그 기사들을 읽고 덜컥 겁을 먹은 지인들이 넌지시 전화를 해왔다. 자기가 가입한 변액연금보험은 괜찮은 상품이냐고. 그들은 '스마트컨슈머에 게재됐다고 해서 그곳에 가봤는데, 도통 무슨 얘긴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그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본인의 연금이 안전한가 여부였다.

안전의 기준이 대체 무엇일까. 원금손실 여부가 안전의 기준일까, 아니면 물가인상률만큼은 이자가 붙어줘야 하는 것이 안전의 기준일까. 적어도 이번 컨슈머리포트 파장의 경우,  원금손실 여부가 기준은 아니었던 듯하다. 언론 등이 앞다퉈 내놓은 개탄의 이유가 '물가인상률'만도 못한 '수익률'이었으니까.

'물가인상률'만도 못하면 실질금리 마이너스와 같다고 하기에 '물가인상률'은 자산운용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하물며 10년 이후를 준비하는 연금이 물가인상률만도 못한 수익률을 올린다면, 화폐가치는 갈수록 떨어져 애써 모아서 지금보다 못한 돈을 건진다는 근본적 손실 공포가 발생한다. 따라서 '안전의 기준'은 물가인상률만큼, 혹은 그 이상은 이자가 붙어줘야 한다는 것이 된다.

물가인상률만도 못한 변액연금 수익률?

변액연금보험(VA : Variable Annuity)은 납입보험료의 대부분을 펀드에 투자하여 펀드 투자 실적에 따라 적립금이 변동하고, 이 적립금을 노후연금으로 수령하는 상품이다. 노후에 써야 할 돈인데 그냥 공시이율로 적립하지 않고 왜 구태여 원금을 잃을 위험이 있는 펀드에 투자까지 하는 모험을 감행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 공시이율은 물가인상률을 하회할 수 있어 추후 연금수령 시점에 연금 화폐가치가 오히려 지금보다 하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펀드에 투자한다고 항상 공시이율 이상의 수익률을 보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원금손실에 대한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변액연금보험은 2010년 기준 247만 명이 가입하여 연간 10조 원 정도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다고 하니 굉장한 규모다. 컨슈머리포트로 비교 분석해볼 만하다.


많은 이들이 꽤 많은 비용을 내고, 중도해지시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변액연금을 택하는 이유는 바로 물가인상률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생각보다 처참하게 나왔다. 투입 비용과 투자수익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6개 상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실효수익률이 지난 10년 (2002~2011년)간의 평균물가상승률(연평균 3.19%)에도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애초 변액연금보험이 판매된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셈이니 상품 가입자들이 분노할 만도 하다.

물론 수익률 운운하면 늘 따라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불가항력의 문제가 발생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모든 투자성 상품의 결과는 가입자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리포트 결과를 보자면 단지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고비용구조'에 있었다.


변액보험상품, '실효수익률'에 주목하라

컨슈머리포트의 변액연금 비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실효수익률'의 개념을 도입해 비교·분석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조회해보는 '누적수익률'이나 '연환산수익률'과 무엇이 다를까? 가만히 생각해보자. 내가 만약 월 30만 원짜리 변액연금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월 3만 원가량은 사업비라 불리는 계약체결비용, 계약관리비용, 위험보험료로 쓰인 다음, 27만 원 정도만 펀드에 투입되어 운용된다. 여기서 또 다시 수탁운용수수료와 기타 비용을 공제한 뒤, 그 남은 금액으로 운용한 실적을 수익률이라고 공시하게 된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열심히 수익률을 조회해도 실제 내가 받는 돈과는 차이가 나게 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실제 받는 돈이 중요하다 보니 비용이 차감되는 것까지 수익률에 포함되어 반영되어야 정확한 수익률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이번 실효수익률에는 각종 차감 비용이 반영되다 보니 보험회사에서 공시한 수익률보다 현저히 낮은 숫자가 공표되었고, 이에 변액연금 가입자들은 물가인상률만도 못한 수익률에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보험사는 왜 10% 가까운 비용을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수익률에도 반영하지 않는 걸까? 물론 비용을 떼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모아서 약속된 날짜까지 운용하고 또 그 이후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운영비가 발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파트 관리비처럼 기본 운영비가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면 될 일 아닌가? 게다가 실제 수령하는 연금액 기준 수익률이 물가인상률만도 못하니까 비용은 아예 빼버리고 남은 돈으로만 운용수익률을 공시한 것은 수익률을 더 높여 영업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책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0% 가까이 되는 금액을 '비용'으로 차감하게 되면 아무리 고수익을 올리더라도 수익률의 한계가 분명해진다는 사실이다. 이미 비용이 평균물가인상률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으니 말이다.

종전의 '수익률' 산정 방식은 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실제 받을 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는 착시효과가 있음이 분명하다. 연금가입자가 가장 알고 싶어 하지만 보험사가 늘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납입보험료 대비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알려면 결국 모든 차감비용을 반영한 '실효수익률' 방식이 가장 적합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관리비 현황을 제대로 아는 것만큼, 내가 내는 보험료 중 사업비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현재 연금 가입 관련 안내장이나 각종 브로슈어에는 이런 내용들이 없고 해당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

따라서 변액연금보험을 가입하려 할 때는 단지 '누적수익률'만 따질 것이 아니라 각종 비용이 저렴하여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상품을 찾아야 한다. 즉 납입하는 보험료에서 공제되는 비용이 가장 적고, 예정이율이 높고, 해약환급금이 많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이고 연금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좋은 변액연금보험은 이렇게 골라라

a  각종 비용 구조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낮은 상품이 오히려 높은 수익률의 상품으로 랭크되고, 비용구조가 낮아 가격경쟁력이 높은 상품은 반대로 수익률이 저조하여 하위권 상품으로 랭크되었다.

각종 비용 구조가 높아 가격경쟁력이 낮은 상품이 오히려 높은 수익률의 상품으로 랭크되고, 비용구조가 낮아 가격경쟁력이 높은 상품은 반대로 수익률이 저조하여 하위권 상품으로 랭크되었다. ⓒ 컨슈머리포트


그러나 리포트를 보면 가격경쟁력 또한 확실한 지표가 되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가격경쟁력이 가장 높은 ING생명의 '라이프인베스트변액연금보험'과 '스마트업인베스트변액연금보험'은 그에 따라서도 실효수익율이 좋아야 할 텐데 오히려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가격경쟁력이 가장 낮은 PCA생명의 'PCA퓨처솔루션변액연금보험'과 'PCA파워리턴변액연금보험'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변액연금보험에 가입하려면 우선 얼마의 비용을 회사가 갖고 얼마를 나를 위해 투자하는지를 체크하고, 그 다음으로 해당 펀드 운용사의 운용실적을 체크해봐야 한다.

아, 정말 좋은 변액연금 가입한다는 건 무척 어렵다. 알아봐야 할 것도 너무 많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고려해야 한다. 영화 <인사이드잡>에는 2007년만 해도 국민소득 6만7천 달러로 세계 5위였던 나라 아이슬란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년층 연금액을 무려 40%이상 삭감해야 했다는 가슴 아픈 사실이 나온다. 연기금 운용 수익률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연기금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일 텐데 그들도 이렇게 속수무책인 걸 보면 개인이 변액연금을 열심히 체크해가며 운용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듯하다.

장기불황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시대가 아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경제성장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리도 물가도 안정되기 마련이다. 애써 벌어서 힘들게 모은 돈, 많이도 아니고 고작 물가인상률보다 조금 높게 불리려다가 연금수령시 40%가 삭감되는 것보다 그냥 안전하고 잃을 염려 없는 곳에 모으는 것이 이자는 적더라도 훨씬 낫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혜택으로 치장된 금융상품에 현혹되지 말고 그냥 내가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아서 잃지 않고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면 가장 안전한 노후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우리 연기금도 지나치게 투자에 경도되어 고삐 풀린 국제금융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국민적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박미정 시민기자는 현재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을 돕는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는 잃지 않는 돈 관리를 위한 아주 특별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을 위한 자세한 정보는 '푸른살림' 카페를 참고해 주세요.


덧붙이는 글 박미정 시민기자는 현재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적 자립을 돕는 교육활동가 및 생활경제상담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 생활경제상담센터 푸른살림에서는 잃지 않는 돈 관리를 위한 아주 특별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과 안정을 위한 자세한 정보는 '푸른살림' 카페를 참고해 주세요.
#컨슈머리포트 #변액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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