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김현석 본부장과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이 '언론장악 청문회 실시' '낙하산 사장 퇴출' '해직언론인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 5월 29일 오후 여의도문화마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을 당시.
권우성
- 지난달 말에 이강택 위원장과 함께 단식하셨잖아요. 단식이란 '이게 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의미인데 생명까지 걸만큼 언론의 자유가 소중합니까?"솔직히 생명보단 소중하지는 않죠. 이런 질문은 문제가 있어요(웃음). 언론 자유는 소중하고, 단식을 통해서 언론의 자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만약 정말 이렇게 해서 죽는다면 못 했을 것 같아요. 국민들에게 '목숨을 걸고라도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그건 아니었고 죽지 않을 정도로 했던 것 같아요."
- 단식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했을까요?"솔직히 단식은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어요. 단식에 들어갈 때 꾀했던 것은 정치권에 대한 메시지 전달이었어요. 앞서 김재철 사장 얘기를 했듯이 김재철 사장의 도덕성 문제에만 집착을 하다보면 '언론의 자유'가 묻히잖아요.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었죠. 단식 자체는 사내 합의에 별 도움이 안 된 것 같고, 정치권이 언론장악 청문회 이슈를 다시 부각시키는 데 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청문회를 언급하셨는데,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불법 정치파업, 내 임기 중에 언론 청문회 절대 없다'고 했죠. 어떻게 보세요?"이한구 원내대표 발언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건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공영방송은 국회에서 결정하는 거예요. BBC에 문제가 생기면 영국 의회가 위원회를 꾸려 BBC가 어떤 길로 가야할 지 고민하죠. 마찬가지입니다. KBS·MBC 파업은 공영방송의 문제잖아요. 그럼 정치권이 공영방송, 공정방송을 위해 어떤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방안을 내야죠. 그게 그들이 해야할 역할입니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이 한 것을 보면 거꾸로 갔단 말이에요.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보 사장 앉히고, 프로그램이나 인사에 개입하면서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후퇴시켰죠. 이걸 원상복귀하고 진상을 규명해 더 이상 공영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갑자기 노사문제라고 치부하면 말이 됩니까. 이게 왜 노사문제입니까? 김인규 사장과 저희가 무슨 관계가 있어요? 그런 사람이 오게 된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죠.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정치권의 시도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한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은 반성해야 해요. '우리가 언론을 망가뜨렸다, 잘못했다' '우리가 또 집권하면 이렇게 안 하겠다' '다시는 특보를 사장으로 앉히는 일은 하지 않겠다' '언론 장악이란 말이 안 나오도록 잘 하겠다' 같은 안을 내놨어야 하는 게 그들이었죠. 공정방송을 하기 위한 틀을 만들기 위핸 언론장악 청문회를 하자는 것인데, 어떻게 이게 사내 이슈입니까.
박근혜 의원은 '지금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니까 우리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지만, 지금의 일은 박근혜 의원 책임입니다. 나중에 평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선주자라면 떳떳하게 언론 문제에 대해 자기 언론관이 어떻고, 공영방송은 어떻게 해야 하고, 공정방송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입장을 말해야죠. 그런데 MBC 징계사태에 대해 '안쓰럽다'?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대선주자는 그럼 안 되죠. 자기 원칙과 철학을 가지고 공영방송의 바른 길은 이건데 지금 상황은 이렇다고 판단을 해야죠."
- 파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솔직히 말씀드리면, 파업 하면서 김인규 사장 퇴진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 1차 합의안을 만든 적이 있었어요. 복귀 의견이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부결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때 임금 손실이 가중돼 임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합의안을 던졌죠. 그런데, 조합원들의 의견은 달랐어요. '임금 손해 때문에 파업을 접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린 돈보다 명예다'고 해 부결시켰을 때 전 어떤 면에서는 기분이 좋았어요. 집행부는 계속 파업해야 한다고 하는데, 조합원들이 '임금 손해 때문에 못 하겠어요'라고 하는 노조가 많을텐데 반대라서 고맙더라고요."
- 그럼 가장 힘들었을 때는?"총선 끝났을 때였죠. 많은 사람들이 야권이 다수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잖아요. 그리고 야권이 다수가 되면 언론장악 청문회가 쉽게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죠. 김인규 사장 퇴진을 위한 수월한 지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컸죠. 근데 총선이 끝나고 나서 힘들어졌어요. 청문회를 새누리당이 수락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죠. 총선 이후엔 정말 힘들게 싸웠던 것 같아요."
"방송을 통해 MBC 파업 돕겠다"- 보도책임자 문책에 대한 합의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합의가 없었나요."보도 책임자 문책이라고 하기에는 힘들고요. 보도본부장이 취임했는데 전임 본부장은 신임투표에서 2/3 이상이 반대를 해 나갔잖아요. 새로 취임한 본부장이 기자 조합원들이 보기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제작 거부와 파업이 시작된 것이죠. 문책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죠.
지금 상황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신임 투표하겠다는 겁니다. 원래는 1년 만에 하게 돼 있거든요. 내년 2월에 해야 되는데 12월에 대선이 있잖아요. 저희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전에는 이 사람이 본부장 되기 전 행태를 보고 못 받겠다고 한 거고, 지금은 일단 보겠다는 거예요. 한달 반 정도 지켜본 뒤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신임투표하고 해임을 강력히 요청하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 지난 주(6월 넷째 주) MBC에서 또다시 해고자가 나왔는데 어떻게 보십니까."파업 중에 해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전에 해고 당했던 사람들은 조합 집행부이니까 가능한데, 최승호 선배나 박서제 선배 같은 경우는 뭘 잘못했다고 해고를 해요? 두 분 다 자신의 직종에서 존경받는 선배고, 집행부도 아니고, 그저 파업에 열심히 참가한 게 다인데... 징계 받을 만한 일을 한 게 없어요. 이건 그냥 미우니깐 한 거죠.
또 정치적 목적이 있다면 파업이 끝난 뒤에 여당에 불리한 뉴스나 프로그램을 못 만들게 하기 위해서 정직 먹이고 비판적인 사람 자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7월이나 8월 파업이 끝나면 파업 끝난 뒤부터 정직이 시작되기 때문에 비판적인 기자나 PD들이 정직 당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럼 대선은 끝나는 겁니다. 대선 때까지 최승호 선배가 만드는 PD수첩도 못 나오고 박성제 선배나 다른 기자들이 만드는 비판적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하는 겁니다. 김재철 사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기자나 PD들을 솎아내겠다는 결심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쁜 사람입니다."
- 파업을 같이 하다 KBS 새노조가 들어와서 MBC노조에게 미안할 거 같은데."많이 미안하죠. 같이 싸우다 혼자 전선을 이탈한 느낌이에요. 저희와 국민일보, 연합뉴스가 복귀하고 MBC와 YTN이 남았잖아요. 다섯 언론사가 같이 시작했죠. 솔직히 저희가 남아서 옆에 있어 주는 게 좋긴 한데 MBC 끝날 때까지 남자면 사태 해결도 안 될 것이라고 보여 전략적으로 판단했지만, 심정 상 상당히 미안하죠.
그래서 파업 접으면서 MBC 조합원들에게 '우리가 지금 옆에 있지는 못하지만 방송을 통해 도와주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MBC 조합원들도 'KBS 조합원들이 옆에서 같이 싸워주는 것도 힘이 나지만 방송을 통해 돕는 게 더 힘이 난다'고 했어요. 왜냐면 김재철 사장 얘기는 트위터나 인터넷 매체에서는 나오고 있지만, 메이저 방송에서는 나오지 않잖아요.
저희가 그걸 하려고 들어왔고, 지금 하고 있어요. 좀 있으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거라고 봅니다. (MBC 노조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고, 옆에 서 있는 것보다 방송을 통해 해주는 게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끝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지금까지 말씀드린 거와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KBS가 지난 4년 동안 욕도 많이 먹었고 국민들을 많이 실망시켰죠. 그렇기 때문에 파업을 했지만 국민들의 열망을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파업을 접어 실망을 더 끼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그래도 복귀 이후 취재현장에 가면 예전처럼 맞지는 않아요. 예전엔 많이 맞았거든요. 요즘 보면 '어디 제대로 보도하나 한 번 보자'는 분위기인거 같아요. 뉴스와 프로그램을 빨리 바꿔내서 국민들로 하여금 '아, KBS가 바뀌었구나, 그러게 실망시키더니 요즘엔 좀 낫네'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관심 어린 비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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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뉴스의 가장 큰 문제 노골적 여당 편들기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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