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의정비 동결' 결정이 독단인 이유

[取중眞담] 민주적 절차 생략...'동결' 권한도 도민에게 있다

등록 2012.08.30 10:30수정 2012.08.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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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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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회 본회의장(자료사진) ⓒ 심규상


충남도의회가 내년도 의정비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청년실업 등을 감안, 도민과 고통을 같이하는 차원에서'란다. 전국 광역 시도 의회 가운데 처음이라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준우 도의회 의장은 "새롭게 출범한 제9대 충청남도 후반기 의회가 경기 회복에 솔선수범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껏 뻐겼다.

겉으로 보기엔 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앞서가는 결정인 듯싶지만 헤집어 보면 독단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충남도의원들의 연간 의정비(의정활동비+월정수당) 총액은 5352만 원이다. 행안부가 기준액으로 정한 4873만 원보다 높은 액수다. 인근 올해 충북도의회의 의정비는 4968만 원이다. 충남도의회 의정비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해 말 도의회는 올해 의정비를 결정하기 전 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결과 94.6%가 동결이나 삭감 의견이었다. 하지만 도의회는 의정비심의위원회에 떼를 써 기존 5244만 원에서 180만 원을 올려 결정했다. 게다가 설문조사는 의정비 2.3% 인상안(120만 원)을 놓고 의견을 묻고 정작 3.4%(180만 원)를 인상했다.

도의회는 의정비 인상 추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행정안전부로부터 17개 지자체 중 충남도의회만이 '재의' 결정을 받아 뒤늦게 의정비 인상률을 2.1%로 재조정했다. 재조정 과정에서 도민여론을 무시하고 법을 어긴 데 대해 그 흔한 유감표명조차 없었다.

당연 도민들은 도의원 의정비 인상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동결' 선언은 도민들의 혹평을 예상하고 미리부터 방어막을 친 것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동결'을 결정한 절차도 독단적이다. 의정비는 인상할 수도, 동결할 수도, 역으로 삭감할 수도 있다. 그 결정은 여론기관에 의한 주민 여론조사 결과 등을 참고해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번 동결 과정에 의정비심의위원회조차 소집하지 않았고 주민 여론 수렴도 생략했다. 도의회의 일방적 결정이 있었을 뿐이다. 지역주민 의견 수렴과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심의는 의정비를 인상할 때만 필요한 절차가 아니다. '동결' 하거나 '삭감'을 하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제34조 6항)에도 '의정비 금액을 결정하려는 때에는 공청회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조사기관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 결과를 반영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의정비 결정과정에서 지역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도의회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의 기회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도의회는 '의정비 동결 결정으로 의정비심의위원회 심의와 주민 여론조사 등을 실시하지 않아 예산절감(1500만 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의정비 동결 권한 또한 도민에게 있음을 도의회가 망각한 것이다.

도민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일의 시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다. 의정비 동결이유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서'가 아닌 '도민들의 여론(평가)에 따라서'가 되어야 한다. 정말 동결이유가 '도민과 고통을 같이하기 위해서'라면 도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때까지 앞으로도 의정비를 인상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지난 해 몇 십만 원을 더 받으려고 '꼼수'까지 부리던 의원들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충남도의회 #의정비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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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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