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박물관 내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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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서 있는 고대 파라오의 입상과 좌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4000년을 넘긴 조각상이 저렇게 늠름할 수 있을까. 이 박물관이 개관된 것은 한 고고학자의 공이 컸다고 한다. 그 이름은 오귀스트 마리에트. 프랑스 출신의 고고학자이다. 이 사람은 19세기 중반 이집트에서 고고학 발굴을 하면서 그 귀중한 유물들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보고 박물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1858년 블라크라는 곳에 박물관을 개관하였다. 그러나 1878년 대홍수가 일어나 이 박물관이 물에 잠겨 많은 유물들이 유실되었다. 그래서 새로이 박물관을 연 것이 바로 현재의 이 박물관이다. 그것이 1902년의 일이다. 이집트인들은 마리에트의 이런 노력을 박물관 왼쪽 뜰에 동상을 세워줌으로써 보상을 하였다.
이집트 박물관은 외국인에게는 참으로 불편하다. 그 수많은 유물들, 모든 유물들이 교과서에 실려도 좋을 만한 것들이지만 어느 것 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 없다. 어디에서 언제 발굴된 것인지, 고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 도대체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저 시대별로 모아 놓고 해석은 관람객이 알아서 하라는 태도다.
내가 가지고 간 <크리스티앙 자크의 이집트여행>은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조언을 해준다. 우선 박물관 입구 근처에서 가장 오래된 시기의 작품들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1층 방을 시계 방향으로 돌라는 것이다. 그러면 고왕국, 중왕국, 신왕국 순으로 유물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다 보면 다시 원 위치로 돌아 오게된다. 그런 다음 2층으로 올라가 투탕카멘(Tutankhamen)을 중심으로 몇 몇 방을 둘러 본 다음 중앙계단으로 내려 오라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했다.
1층에서 유난히 눈에 들어 오는 몇 점을 자료와 내 기억에 따라 열거해 보자. 먼저 고왕국 시기의 작품으로는 기자의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3인조 멘카우레 석상과 멘카우레 좌상, 카프라 좌상, 목조로 된 카-아퍼 입상, 라호테프와 노프레트 부부 좌상 등이 눈길을 끈다. 이미 이 시기에 청동 유물이 나온 것을 보면 이 지역 청동기 시대는 기원전 2500년 이전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중왕국 시기의 작품으로는 맨투호테프 2세의 검은색 칠을 한 좌상, 아메네마트 3세 좌상 및 스핑크스, 세누스레트 1세의 석조 좌상 및 목조 입상, 세누스레트 3세 입상 등이 눈에 들어 온다.
이어서 1층 전시의 꽃인 신왕국 시기의 작품을 보면 화려하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품이 많다. 대표적 작품 몇 개만 보면, 투트모시스 3세 좌상과 스핑크스, 아멘호테프 2세와 함께 서있는 하토르(소)상, 하트셉수트 채색 두상과 스핑크스, 네페리티티를 새긴 부조와 미완의 두상, 아멘호테프 4세의 거상, 람세스 2세 흉상, 입상 등이 볼만하다.
투탕카멘의 발굴, '20세기 세계 고고학 발굴의 백미'로 손꼽히는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