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실제로 제가 당 대표 시절에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신나는 어린이집이라는 보육시설을 당사 안에 만든 적이 있었는데,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음식이라든가 물 같은 것을 잘 제공을 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아기를 또 한번 낳을까 말까 고민을 하던 직원들이 그걸 보고서는 낳기로 결심을 해 가지고 쌍둥이 까지 낳고 그랬습니다." – 박근혜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중 일부그런 일이 있었군요. 대통령님이 5선의 국회의원 기간 동안 제대로 된 여성정책 하나 내놓은 걸 본 적 없는 저로서는 당사에 어린이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생경하지만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 칭찬해 주고 싶네요.
대통령님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재단이 운영하던 유치원에서 여성 교사에게 결혼하면 퇴사한다는 서약서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이제 잊어도 되겠네요. 직장 내 보육시설이 있으니까 출산율도 올라가고 업무 효율도 올라가는 걸 직접 경험하셨으니 앞으로 보육시설에 대한 관심과 지원 아끼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장 어린이집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대상 기업들이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아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어 목표한 대로 2017년까지 70%가 될지는 의문이에요. 행여 직장 어린이집은 안 만들고 보육수당만 깎이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가 보육에 손을 놓고 그 부담을 기업과 노동자에게만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구요.
그래도 대통령님이 예전 경험까지 이야기하며 강력히 추진하는 일이니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며 궁극적으로는 출산과 보육은 정부와 사회가 책임지는 그런 나라로 바뀌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쌍둥이도 낳게 하고 직원들 업무효율까지 높여 주었다던 대통령님의 그 '신나는 어린이집'은 당사를 염창동에서 여의도로 옮기면서 진작 문을 닫았대요.
전 이해가 안 돼요. 대통령님이 당 대표 시절 우리나라 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만든 뜻깊은 어린이집이잖아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지난 5년간 새누리당의 강력한 대선후보였던 대통령님이 어린이집 하나 유지 못 시키고 문을 닫게 하진 않았을 거잖아요.
"여성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직장 여성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직장에 어린이집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님이 직접 하신 말이에요. 그런데 대통령님이 속한 새누리당에서 그나마 있던 어린이집마저 문을 닫았다는 건 뭔가 앞뒤가 안 맞잖아요. 정부 발표나 대통령님의 국무회의 발언… 이런 건 별 도움이 안 돼요. 정부·여당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들 따라 하게 되어 있어요. 말로만 말고 실천을 보여 달라는 이야기에요.
대통령님의 국무회의 발언에 70점밖에 못 드리겠어요. 문 닫은 '신나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던 새누리당 직원들이 점수를 매긴다면 이보다 더 낮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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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만든 그 어린이집은 왜 문을 닫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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