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공정방송 위해선 수신료를 높여야 하고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게 기본 철학" – 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위원장이경재 위원장님, 먼저 질문 하나 할게요. '공영방송'이라는 게 뭔가요? 기자 출신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도 해 보셨으니 잘 아실 테죠.
KBS 홈페이지를 보면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고, 공정성과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소수의 이익을 배려"하는 방송이라고 되어 있어요. 맞습니다. 그 어떤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도록 시청자로부터 수신료를 받아 운영하는 겁니다. 그러기에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은 공정한 정보와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KBS는 공영방송임에도 광고수입 비중(39.8%)이 수신료 비중(37.3%)보다 높아 민영상업방송과 시청률 경쟁도 하고,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신료를 인상하고 광고를 없애자는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이 위원장님은 수신료 인상과 광고 폐지가 "기본 철학"이라고까지 이야기했네요. 수신료만 인상되면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에 맞는 방송이 될 수 있을까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의 사례 몇 가지만 볼까요.
시민사회 단체는 물론이고 교수와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들로부터 국정원 사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는 데도 KBS는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광장의 촛불도 KBS 화면에서 볼 수 없구요. 뉴스거리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정부에 불리한 사안이기 때문이겠죠.
여당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주장이 나왔을 때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KBS는 NLL 포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결정적 자료로 평가받는 NLL 지도를 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공개했을 때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이런 편파보도에 항의해 "KBS MBC와 인터뷰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죠.
KBS <TV비평 시청자데스크>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KBS 보도가 단순 사실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의혹을 심층적으로 파헤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담당 국장과 부장이 보직 해임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옴부즈맨 프로그램인데도 말입니다.
수신료 거부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KBS의 편파 보도는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수신료를 올리겠다구요? 옛말에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습니다. 수신료 올리고 빼낸 광고를 정부에 협조적인 종편채널에 넘겨 주는 일이 그리 급하던가요?
수신료의 목적은 단 하나, 방송의 독립성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KBS는 수신료를 아무리 올려 줘 봐야 독립성은커녕 그 돈으로 또 어떤 거대한 용비어천가 프로그램을 만들지 걱정되는 수준입니다.
국민의 81.9%가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민주당 최민희 의원, 리서치뷰 조사). KBS는 33년째 수신료가 동결되었다며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은 지금의 KBS는 그마저도 아깝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님의 잘못된 "기본 철학"에 49점 드리겠습니다. 사실 그것도 아깝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KBS 수신료 인상? 어떤 용비어천가 만들지 걱정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