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일'에 한 획 더해 만들 수 있는 한자는?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45] 電

등록 2013.12.02 16:21수정 2013.12.02 16:21
0
원고료로 응원
a

원래 번개를 상형한 글자는 ‘신(申)’자였는데, 이 글자가 간지 등에 더 많이 사용되자 본뜻을 보존하기 위해 비 우(雨)를 위에 더해서 번개 전(電)자를 만들었다. ⓒ 漢典


1749년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개발하며 번개와 우레로 인한 피해가 아주 간단하게 해결되었지만 과거에는 번개로 인한 화재가 아주 심각한 재앙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부분 나무로 축조된 자금성인데 1420년 완공된 이래 24번이나 번개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화재 진압을 위해 자금성 곳곳에 설치된 청동으로 만든 방화수통이 마치 파라볼라 안테나처럼 둥그렇게 생겨 번개를 끌어와 피해를 키웠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금성의 처마에 계급장처럼 달린 동물들은 해태를 비롯하여 모두 불을 잡아먹는 신화 속 동물들인데 번개로 인한 화재를 막아달라는 기원이 담겨 있다.

원래 번개를 상형한 글자는 갑골문에 'S'자 형태로 보이는 '신(申)'자였는데, 이 글자가 간지나 성, 지명 등에 더 많이 사용되자 본뜻을 보존하기 위해 비 우(雨)를 위에 더해서 번개 전(電, diàn)자를 만들었다. 보통 비가 오면서 번개가 치는 것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번개와 손을 잡고 다니는 우레 뢰(雷)는 申자에 소리를 나타내는 口를 위아래 더했다가 4개의 口가 있는 형태의 田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날 일(日)자에 한 획을 더해서 만들 수 있는 한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상대에게 물어 어떤 글자를 먼저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재미로 알아보는 일종의 심리테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한자에는 백(白), 목(目), 전(田), 갑(甲), 유(由), 신(申), 단(旦)이 있는데 간체자를 쓰는 중국에는 오래될 구(舊, 旧)와 전기 전(電, 电)이 더 있다. 제일 먼저 흰 백(白)자를 떠올렸다면 질문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고, 눈 목(目)을 생각했다면 싫어하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근거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컴퓨터,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을 중국어로 표현할 때 전기 '전(電)'자를 사용한 고유한 방식으로 외래어를 소화해냈다. 나름대로 '언어 주권'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컴퓨터는 전기 뇌(電腦)이고 엘리베이터는 전기 사다리(電梯), 에스컬레이터는 전기 층계(電樓)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어떤 방식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세련되고 세계화를 추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공공기관들조차 앞 다투어 영어 이니셜을 기업명으로 내세우는 세태가 '언어 주권'이란 말을 염두에 두기는 한 것인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電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제발 하지 마시라...1년 반 만에 1억을 날렸다
  2. 2 아파트 놀이터 삼킨 파도... 강원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
  3. 3 나의 60대에는 그 무엇보다 이걸 원한다
  4. 4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5. 5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 어머어마하구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