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일?"공정여행 소풍이요"
김종훈
잔치엔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행사장 입구부터 군침 도는 냄새가 가득했다. 자리에 앉자 이내 "떡 드세요"라는 말과 함께 환경반 진형(14)이 주전부리를 한가득 내왔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따로 있었다. 귤과 계란 껍질을 버리라고 만들어 놓은 종이 상자였다. 신문지를 재활용해 곱게 접었다. 환경반다운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행사 진행의 모든 것이 환경반 친구들에 의해 이뤄졌다. 각 부스별로 에너지 낱말 퍼즐, 손수건 천연 염색, 키보드 액세서리 만들기, 환경 사진전이 준비됐고 축하 공연까지 멤버들이 직접 선보였다.
1학년 성원(14)이는 환경반 사진첩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서 불러도 모를 정도였다. 성원은 "지난 1년 정말 많은 것을 했지만 '공정여행 소풍'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고 지역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게 공정여행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하철 타고 버스 환승해서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청계천, 방산시장에 갔어요. 처음엔 다들 싫어했어요. 다른 반은 영화보고 놀이동산 갔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방산시장에서 시켜 먹은 돼지껍데기랑 순대국밥이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친구랑 둘이 6000원씩 냈는데. 먹는 저희도, 파는 아줌마도 신기해 했어요. 맛도 좋았고요."신경준 교사와 환경반 친구들의 소풍은 남달랐다. 쉽게 갈 수 있는 오락 시설 대신 우리 마을, 우리가 사는 지역을 올곧이 알기 위해 서울을 둘러봤다. 청계천 방산시장에 이르러선 학생들끼리 조를 짜 돌게 했다. 돼지껍데기와 순대국밥은 아이들에게 큰 추억이 됐다.
초등학교 동생들에게 에너지 절약 강의하는 중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