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비정규직 돌봄교사인 10만인클럽 회원 문경숙씨와 학생 김고운 양이 함께 미소를 짓고 있다.
김혜승
"어머! 정말 오셨네요? 시간이 늦어서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순식간에 커피와 소박한 롤케익이 눈 앞에 차려졌습니다. 늦은 오후, 생각치도 못한 환대. 긴장이 와르륵 풀렸습니다.
"지난 15년간 비정규직 돌봄교사로 근무했어요. 이곳이 제가 가꾼 공간이에요. 연말이 올 때마다 계약이 연장될 수 있을까 얼마나 초조했는지 몰라요. 그 사이 학교 터줏대감이 다 됐네요.(웃음)"그, 문경숙(53). 긴 생머리에 다소곳하게 꽂은 하얀 삔. 소녀같은 인상에 또박또박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문씨는 얼마 전 '아름다운 만남' 코너 인터뷰 인물로 당차게 '자천'한 주인공입니다. 돌봄교사, 합창단, 뮤지컬 단원, 상담사, 시민기자, 비정규직 여성보호 캠페인... 받아 적기에도 벅찬 수많은 일들을 소화하기에 바쁜 문씨를 만나려고 지난 4일 인천 간석 삼거리 역에 있는 인천약산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15년 동안 동네 유명인 됐습니다""비정규직으로서 한 학교에 이렇게 오래 머무른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무한 기록일 거예요. 선생님들은 순환제 형식이라 학교를 떠나야 해요.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교장선생님도 예전에 평교사였다가 다시 돌아오셨는데요, 저를 보고는 반갑고 놀랍다고 말씀하더라고요. 학교 주변 시장 상인들도 '문경숙 선생님'하면 다 알아요.(웃음)" 그렇습니다. 그의 자부심. '최장기 비정규직 돌봄교사'라는 역사입니다. 그간 소소한 실험들도 많이 벌여 왔답니다. 돌봄교실 아이들은 넉넉지 못한 집안 환경 탓에 대부분 자존감이 낮다는데요. 문씨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키워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