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논란', 문용린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서울교육청, '급식관련 조례'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등록 2014.06.04 13:11수정 2014.06.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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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 막판 최대쟁점으로 떠오른 것이 '감사원 급식조사 결과 논란'입니다.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감사원 보고서를 증거로 들어, 서울시내 867개 학교에 농약이 검출된 식재료가 납품됐다고 주장했습니다. 3년간 천만 명이 넘는 학생이 농약급식을 먹었을 거라며 박 후보를 맹 공격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 후보는 감사원이 서울시에 보낸 처분요구통보 문건에는 농약이 검출됐다는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감사원의 '주의' 통보는 농산물에서 농약 검출이 됐기 때문이 아니라, 농약 검출 사실을 다른 기관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5월 26일,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 나선 정몽준 후보는 '서울시가 아이들에게 농약급식을 제공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가장 뜨끔했던 사람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후보였을 것입니다. 학교급식의 주무기관이자 일차적 책임자는 서울시장이 아니라 서울시교육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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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진행된 서울시교육청의 학교급식 학부모 연수 자료집. ⓒ 윤근혁


교육감이었던 문용린 후보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친환경유통센터의 유통구조가 이상하다며 일반농산물 저가입찰제로 바꿨습니다. 값싼 재료로 만든 음식이 질 좋고 안전하고 맛있을 리 없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친환경 농산물 비중을 줄이는 것도 모자라, 학교급식 관련 학부모 연수 자료집에 '농약은 과학'이라고까지 적었습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문용린 후보는 최근 TV토론에 나와, 곽노현 전 교육감이 마치 강제로 친환경유통센터를 이용하라고 했다는 듯이 이야기하고, 서울시장에게 권한은 '상납'했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책임전가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의 편향적인 자료 제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저는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이번 '감사원 급식조사 결과 논란'의 실체적 진실과 주무관청인 교육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에 급식관련 자료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과장과 국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교육청 담당사무관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이라면 새누리당과 이노근 의원에게도 주지 말았어야 하지 않느냐"는 저의 말에, 사무관은 "어쨌든 지금은 줄 수 없고 선거 끝나고 제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사무관의 개인 판단이냐 상사들의 판단이냐고 되물으니 위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답니다. 아울러 지난해 통과된 급식관련 조례가 잘 준수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관련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3일 저녁에야 자료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제가 대표발의하여 제정된 조례에는 ▲학교급식에 방사능을 포함한 유해물질(농약, 중금속 등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모든 물질)이 들어간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할 것  ▲교육감은 학교급식에 방사능 등 유해물질이 포함된 식재료가 공급되지 않도록 검사를 실시할 것 ▲방사능 등 유해물질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식재료의 사용을 금지하도록 할 것▲학교별로 연 1회 이상 전수검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할 수 있게 할 것 ▲검사 결과 방사능 등 유해물질 식재료가 발견되면, 즉시 해당 학교에 통보해 해당 식재료가 급식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교육청 홈페이지에 그 검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할 것 ▲학교급식위원회에서는 방사능 등 유해물질 검출 가능성이 높은 식재료의 목록을 제공할 것 ▲교육감은 영양교사와 영양사 및 조리사의 교육 및 연수에 방사능 등 유해물질에 관련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를 근거로 학교급식 식재료 검사관련(2010.10.10.~현재) 자료를 요구한 것입니다. 어제 받은 자료와 해당 주무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지난 4월 23일 S여고 무농약 쑥갓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고, 지난 3일에도 1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로 잔류농약이 검출된 건 두 번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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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에 의하면, 검사 결과 농약 등 유해물질 식재료가 발견되면, 해당 식재료 사용 금지를 시키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검사결과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 서울시교육청


왜 검사결과를 교육청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을까?

조례에 의하면, 검사 결과 농약 등 유해물질 식재료가 발견되면, 해당 식재료 사용을 금지 시키고, 교육청 홈페이지에 검사결과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으나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또한 급식위원회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문용린 교육감은 급식안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정작 급식위원회는 올해 들어 딱 1번 열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작년에 조례 제정하면서 저희 의회와 시민단체들은 방사능 관련 감시위원회를 별도로 두자고 했으나 교육청이 학교급식위원회에 방사능 등 유해물질 관련 전문가 1인 이상을 위촉하겠다고 하여 양보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학교급식위원회에 방사능 전문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 "제대로 된 방사능 검사를 위해서는 정밀분석기를 4대 정도는 구입해야 한다, 예산은 의회에서 뒷받침해주겠다"고 했으나, 서울시교육청은 결국 방사능 측정기 12대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껏 방사능 검출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예산만 낭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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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끝내 정밀분석기 대신 5백만원대 방사능 측정기를 12대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서울시교육청


이와 관련해선 시교육청 관계자도 "제대로 방사능 검사를 하려면 정밀분석기를 도입해야 한다"면서도 "예산 때문에 1억5000만 원 정밀분석기 4대는 구입 못하겠다, 그래서 5백만원대 방사능 측정기를 12대 구입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에 '급식식재료 안전검사를 강화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급식제공의 주무기관이고 1차기관인 교육청은 '식약처와의 업무 중복' 운운하며 계속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시교육청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학교 급식 식재료는 식약처에서 유통 단계부터 샘플링 검사 등을 거쳐 적합 제품만 유통하는 것"이라며 "교육청이 별도로 검사를 하면 결국 중앙정부의 검사를 신뢰 못한다는 셈인데 굳이 이럴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게 학급급식 안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아니 오히려 퇴행행정을 한 서울시교육청이 이제 와서 급식논란의 책임을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에게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입니다. 정몽준 후보는 박원순 후보보다 문용린 교육감에게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형태 교육의원은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냈습니다.
#농약급식 논란 #급식관련 조례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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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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