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길. 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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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사냥이나 채집을 나가야 했던 게 주로 남자들의 몫이었던 까닭에 남자들의 지리 공간 감각이 더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헌데 극히 최근 새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12일 미국 유타대학 연구팀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2009~2011년 실시한 현장연구를 바탕으로 '짝짓기'가 남자들의 지리 공간 감각을 발달 시킨 주요인이라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농경에 더불어 유목과 채집 생활을 하는 아프리카 2개 부족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 멀리 더 자주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성이 더 많은 여성과 관계할 수 있었다는 게 유타대학 연구팀의 결론이었다. 요컨대, 남자들이 지리 공간 감각을 키워온 데는 자손번식을 위한 본능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행동반경이 넓고 외출이 잦은 아프리카 부족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더 많은 여성과 관계해 더 많은 자식을 두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남성의 지리 공간 감각이 자손번식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시사점은 구전이나 소설 등 문학작품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중기까지만 해도 대다수 사람들은 태어난 곳에서 반경으로 100리 안쪽에서 머물다 세상을 떴다. 일상적인 생활반경을 벗어나 타지를 여행하던 사람은 드물었는데, 그나마 그 절대다수는 남자였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타지 출신으로 갑자기 동네에 출현한 남자에 대해 동네 처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묘사하는 예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 보는 낯선 청년이 동네 처녀들의 관심 받아인간의 본능 가운데 자손번식이 으뜸이라고 가정하면, 처음 보는 낯선 청년이 동네 처녀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일이다. 생활반경이 한정돼 있던 시절, 같은 동네 혹은 마을 사람이라면 유전적으로 서로 가까울 확률이 높다. 반대로 겉보기로는 조건이 비슷해도 외지인이라면 아무래도 유전적 근연성이 멀 가능성이 크다. 동물도 마찬가지지만 유전적으로 비슷하지 않은 남녀 혹은 암수가 만나야 더 경쟁력 있는 후손을 만들어낼 여지가 더 풍부하다.
쉬지 않고 먹을 것과 짝을 좇아야 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는 활동반경이 크고, 활동성이 큰 수컷일수록 후손을 많이 남긴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현대 인간 세상에서 수렵 채취는 더 이상 생계의 주 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수컷 특유의 공간 감각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단정 짓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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