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NLL 근무 중 이상무지난 2009년 12월 28일 오후, 인천시 덕적도 인근해상. 해군 2함대 235편대 참수리 한 정이 서해 NLL 해상경계태세 훈련 중 사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서북해역은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정치적 공간이면서, 동시에 첨예한 군사적 대치에서 적을 제압해야 한다는 군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정치논리와 군사논리가 겹쳐 있는 일종의 그레이존(회색지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합참은 청와대가 정치논리로 자신들의 군사 행동을 제약하려는 데 저항했다. 그렇게 군사논리에 충실한 합참이 정작 천안함 사건에서 보여 준 모습은 아주 이상했다.
2010년 3월 26일 9시 22분에 천안함이 침몰한 순간, 밤 10시에 청와대는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밤 11시에 해경은 전국에 '을'호 비상령, 인천 해경은 '갑'호 비상령을 선포했다. 심지어 인근 대만에서도 해외 출장 중인 마잉주 총통이 화상회의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고 대만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해군 2함대에도 전투태세인 '서풍 1호'가 발령됐다. 그런데 유독 우리 합참만 아무런 비상조치를 하지 않다가 그 다음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선포하였다.
그런데 이 오전 3시라는 시간은 이상의 합참의장이 전날 계룡대에서 음주한 채로 돌아와 집무실에 있다가 깨어난 시각이다. 이때서야 이 의장은 비상경계령을 승인한 것이다. 물론 합참의장도 음주를 할 수 있다. 이 자체를 탓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 군사 논리에 충실하고자 한 합참이 막상 비상사태에서는 기이하다고 할 정도로 평온했다.
그리고 5월 15일. 이번에는 북한 선박이 중국 어선과 섞여 백령도 인근에서 NLL 월선을 시작하였다. 이 때 술에 취하지 않은 이 의장은 북한 선박을 "격파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화상회의로 해군 작전사령관이 "민간선박이고 중국 어선도 있는데 어쩌려고 사격을 하라 하십니까?"라며 반발했다. 그러자 재차 이 의장은 "무슨 소리냐, 내가 쏘라면 쏴"라고 다그쳤다.
해군 관계자에 의하면 이에 작전사령관이 "이런 경우에는 합참 작전예규에 교전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고 하자, 이 의장은 "그런 게 어디있냐?"고 반문했다. 작전사령관이 아예 작전예규를 펴보이며 "아, 여기 몇 페이지에 그렇게 되어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 때 마침 합참 지휘통제실을 순시하던 김태영 국방장관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보고 경위를 물어보고는 놀라서 "작전 중지, 모두 원위치"라고 소리쳤다.
만일 김 장관이 5분만 더 지휘통제실에 늦게 도착했더라면 역사는 또 어떤 방향으로 치달았을까. 앞을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또 정치논리와 군사논리가 충돌하며 서해에서 위기를 관리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이 지속됐다.
(다음 번에 계속, 이 글은
김종대 편집장의 페이스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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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이상의 과도한 사격... MB도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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