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싱턴 궁전의 안주인, 다이애나 비 초상화(National Portarit Gallery)
정기석
그런데 공유지의 역사적 원조인 런던에서, 공유지의 비극은 좀처럼 목격하기 어려웠다. 공원은 평화롭고 자연스러웠다. 광장은 자유롭고 활기찼다. 런던 시민이 공유지를 함부로 사용하거나, 훼손 혹은 고갈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관광객과 런던 시민이 적당히 뒤섞인 런던의 공원과 광장은 산책·휴식·만남·토론 심지어 시위 등 공유지 본연의 기능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
런던은 녹지의 면적이 도시 전체의 1/4을 차지한다고 한다. 공원 때문이다. 가히 공원의 도시라 부를 만하다. 서울 역시 공원녹지가 도시 전체 면적의 30.2%(2014, 환경부)를 차지한다. 오히려 런던보다 높은 수치다. 하지만 런던의 녹지와 서울의 녹지는 질이 다르다. 런던의 녹지는 시민의 주거단지, 생활공간과 인접해있다. 하지만 서울의 공원녹지는 70% 이상이 외곽 산악지역에 몰려있다. 서울시민들의 생활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거나 너무 높은 곳에 있다.
나는 런던의 수많은 공원 가운데 켄싱턴 가든스(Kensington Gardens)와 홀랜드 파크(Holland Park) 두 곳을 골라 가 보기로 했다. 런던을 떠나는 날 오전 일정은 전적으로 공원 산책에 집중하기로 작정했다. 트래펄가 광장이야 런던의 중심이고, 무엇보다 내셔널 갤러리 앞마당이니 안 가볼 도리가 없는 곳이었다.
굳이 그 두 공원을 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일단 숙소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10여 분 거리의 주택가 옆에 붙어있는 근린공원이다. 그만큼 런던 시민의 생활터전은 공원 등 녹지공간과 밀착해있다. 특히 켄싱턴 공원을 가면 서로 연결된 하이드 파크도 먼발치서나마 조망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름조차 낯선 홀랜드 파크는 페이스북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교포가 권유했다. 런던에 아주 특별한 숨은 명소가 있다며, 아무나 알려주는 게 아니라며 적극 추천했다.
"보통 관광 오면 하이드 파크, 그린 파크 등 가는데 홀랜드 파크라는 숨은 명소는 잘 모른다. 홀랜드 파크 하루 산책 하면서 영국 사람들 사는 모습 구경하면 좋겠다.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가 나오는 <노팅 힐>의 '노팅 힐'도 가깝다. 홀랜드 파크는 아주 특별하다. 런던의 수많은 공원이 있지만 나는 단연 '홀랜드 파크'를 꼽는다. 주변에 노팅 힐 마켓이 가까이 있어 공원도 구경하고 이곳저곳 둘러보기도 좋다."런던을 떠나는 날 아침, 페친의 간곡한 권유대로 없는 시간을 쪼개 홀랜드 파크를 가 봤다. 그리고 사람마다 개인적인 취향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켄싱턴 궁전의 정원, 켄싱턴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