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왜 사탕 물고 발음하는 것 같을까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139] 兒

등록 2015.06.22 19:06수정 2015.06.2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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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兒)는 윗부분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모양이고, 아래는 사람의 다리를 나타낸다. ⓒ 漢典


중국의 표준어인 푸퉁화(普通話, 만다린)는 800년 넘게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방언을 기초로 한다. 그런데 20세기 초, 무능한 청 정부가 서양열강에 영토를 할양하며 반식민지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청 관리들이 사용하던 관화(官話)인 베이징화(北京話)는 표준어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일설에는 1928년 국민정부가 표준어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베이징화는 1표 차이로 광둥화(廣東話, 캔토니즈)를 겨우 제쳤다고 한다. 만주족의 청 정부를 무너뜨렸던 신해혁명을 이끌었던 쑨원이 광둥성 출신이고 또 그 지역이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한족의 부흥을 소리 높여 외쳤던 점을 생각하면, 그저 과장된 얘기만도 아닐 듯하다.

베이징 말은 마치 사탕을 입에 물고 말하는 것 같은 '얼화(兒化)'가 매우 심하다. 명사 뒤에 '얼'을 붙이는데, 심한 경우는 정말 '얼얼얼' 계속 혀가 말린 상태로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알아듣기도 힘들다.

혀를 말아 올리는 발음(권설음, 捲舌音)이 그리 편한 것이 아닐 텐데, 알타이어족에 이런 혀를 말아 올리는 발음이 비교적 발달된 모양이다. 베이징을 수도로 삼은 요, 금, 원나라는 각각 북방민족인 거란, 여진, 몽고족이 세우는데 모두 알타이족의 언어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얼'발음이 비교적 많이 베이징 말에 섞여 들어간 걸로 보인다. 현전하는 원대의 희곡에도 '얼'의 사용이 비교적 빈번하며, 하얼빈(哈爾濱)처럼 북방의 도시 이름에 '얼' 발음이 많은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아이 아(兒, ér)는 윗부분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은 모양이고, 아래는 사람의 다리를 나타낸다. 우리말에 총각(總角)이라는 말이 바로 머리를 두 갈래로 땋아서 뿔처럼 올린 모양인데, 고대 중국에서 아이들의 머리를 남녀 구분 없이 두 갈래로 나눠 묶은 것에서 '아이'의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한자의 의미가 여러 가지로 분화하며 동사와 명사를 구분하기 위해 명사 뒤에 접미사 아(兒)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베이징화에 많은 얼화가 남아 있는 셈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보통 남자 아이를 아(兒), 여자 아이는 목에 조개껍데기 장식을 한 영(嬰)이라 했는데, 이 두 글자가 합쳐진 영아(嬰兒)는 갓 태어나 1살이 되지 않은 아이를 이르게 되었다. 힘이 약하다는 의미인 유(幼)가 합쳐진 유아(幼兒)는 1~3세의 아이를, 남자 노예를 가리키던 동(童)과 결합된 아동(兒童)은 보통 3~7세의 아이를 나타낸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정신과 기를 부드럽게, 아무 욕심이 없는 갓 태어난 영아처럼 할 것(專氣致柔, 能如嬰兒乎)을 강조한다. 어떤 욕심도 없이 물처럼 흘러가는 아이의 마음이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의 세계인가 보다. 자연을 닮은 아이로 태어나 크며 점점 자연과 멀어졌다가, 늙으면 다시 아이가 된다는 말처럼 결국 자연 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어쩌면 삶의 여정인지도 모르겠다.
#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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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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