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송곳>
최규석
인간에 대한 존중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거요. 살아있는 인간은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웁니다. -웹툰 <송곳> 중-웹툰 <송곳>의 주인공 이수인은 군인 출신으로, FM 업무 방식을 통해 꽤 인정받는 조직의 구성원이다. '남들보다 먼저 나서려고 하지 마, 그냥 뒤처지지만 않으면 돼' 군대에서나 통하던 이야기는 사회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다. 현실에서 뒤처지면 죽는 것이고, 중간에 끼어있어도 결국엔 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빈번한 초과 근무, 부족한 정산을 월급에서 채워야하는 시스템, 퇴근 시 가방 검사를 받아야하는 규칙. 부조리하지만 마트의 직원들은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수인은 노동 상담소의 구소장을 만나고, 마트에는 노조가 생기면서 직원들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부조리함에는 'NO', 최소한의 업무환경을 보장받는 권리에는 'YES'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사건은 실화가 아니다.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며 영화 <소수의견>은 시작하지만, '근데, 정말 사건이 허구이고 실존 인물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진다. 물론 후자의 자막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강제 철거 현장에서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 (이경영 분)의 변론을 맡게 된 변호사 진원 (윤계상 분)과 대석 (유해진 분). 결코 선하다고만 볼 수 없는 주인공들은 돈과 명예의 유혹을 받지만 결국 그것이 그들의 신념까지 넘어서지는 못한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경찰 기록, 사건을 조작하는 검찰, 그리고 권력이 연루된 사건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살인마, 톱스타 연애 기사의 석연치 않는 타이밍. 아들을 죽인 건 철거깡패가 아니라 경찰이라며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하는 박재호는 고립되었다. 숱한 외압과 유혹을 받는 변호사도 답답하고, 특종을 눈앞에 둔 기자 또한 갈등한다. 하지만 결국 소수와 소수가 모여 작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웹툰과 영화보다 더 차가운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