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8월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낙동강 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위를 지나고 있다.
권우성
이번에는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제안했다. 투명 카약을 타고 낙동강을 탐사보도하자고. 일명 '김종술 기자에게 투명카약 선물하기' 프로젝트였다. 난 좋은 제안 앞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데... 나에게 투명카약을 선물하자는 기획이 부담스러웠다. 4대강이 아니라 내게 이목이 쏠리는 것도. 또 투명카약 한 대에 300만 원인데 그 돈이 모일지도 두려웠다.
"안 하면 안 돼요?"전날 저녁 내 카톡 문자를 받자마자 10만인클럽 측에서 다음날 새벽 고속버스를 타고 득달같이 공주로 달려왔다.
"당신을 살리자는 게 아니라, 당신이 3년 동안 집요하게 팠던 4대강을 살리자는 것이다." 난 할 말이 없었다. 목표액 300만 원은 하루 반나절 만에 모였다. 늘 혼자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아무 말 없이 자기 주머니를 연 그들이 고마웠다. 400여 명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1300여 만 원을 보내왔다. 그 때 낙동강 지킴이가 생각났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가난한 단체 살림을 꾸려가면서 헌신하는 그에게도 투명카약을 한 개 사주자고 제안했고 그는 흔쾌히 받았다. 이렇게 우리는 국민성금으로 만든 두 대의 투명카약을 타고 낙동강으로 향했다.
낙동강은 금강보다 더 열악했다. 첫날부터 특종을 잡았다. 도동서원 앞에서 한 어부가 고깃배를 몰고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녹조를 흐트러트리고 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에게 대신 전화를 해서 자기가 한 일을 알려달라고 취재진에 요청했다. 일당을 받기 위한 증언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부가 아무리 휘젓고 다녀도 흩어지지 않는 녹조의 강에 투명 카약을 띄웠다.
투명카약은 녹조의 강을 투명하게 드러냈다. 흰옷 입고 들어갔다 나왔더니 녹색으로 염색이 됐다. 녹조로 악취와 두통이 밀려들었다. 또 다른 어부가 그물을 건지자 죽은 물고기가 가득했다. 물고기의 배를 가르니 기생충이 나왔다. 또 다른 그물은 이끼벌레가 잔뜩 달라붙은 채 올라왔다. 보에 막혀 올라간 수위 때문에 물속에서 목만 내놓고 죽어버린 수많은 나무들... 괴기 영화의 세트장이었다. 이 상황을 <오마이뉴스>와 SNS로 실시간 중계했다.
주검의 강에선 희망도 꿈틀대고 있었다.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에서 목격한 대자연의 치유 능력에 놀랐다. 감천은 수심이 더 깊어진 낙동강에 자기의 모래를 쏟아붓고 있었다. 강의 중간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MB가 4대강에 손을 대기 이전의 강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여전히 강물은 막혀 있지만 언젠가 수문이 열린다면 강은 다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영덕대게를 부탁해요!] 연이어 터트린 단독 취재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