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타다파니 로지. 저 멀리 설산이 보인다.
박혜경
또 비다.
트레킹 첫날 6시 정도에 내렸던 비가 날이 갈수록 내리는 시간이 앞당겨지고 있다. 양도 늘었다. 그땐 보슬비 정도였는데, 오늘은 우비를 입어도 부담스러울 정도다. 우비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 썼지만 머리가 비와 땀에 축축히 젖었다.
"네? 방이 없어요?""트리플룸 하나밖에 없대요."비를 뚫고 도착한 타다파니(2721m) 로지. 우린 여자 둘에 남자 하나인데, 방이 트리플룸 하나밖에 없단다. 세 명이서 한 방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다른 데도 똑같을까요?""스프링 시즌이라 다른 로지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그나마 트리플룸 하나 남아있는 것도 운이 좋은 거예요."이 깊은 산 속에 방이 없을 거라고 생각은 못 했는데, 꽃이 피는 스프링 시즌을 맞아 단체 여행객들이 많이 온 모양이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쓰겠다고는 했지만, 맘이 썩 개운치가 않다.
"핫샤워는 할 수 있죠?""뜨거운 물이 다 떨어져서, 3시간 뒤에나 가능해요."3시간…. 30분도 아니고, 3시간이라니…. 높이가 3000미터 가까운 곳에서 얼음장 같은 물로 씻으면 혹시 고산병이 올까, 아침에도 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찬물에 겨우겨우 이만 닦았다. 얼굴은 '물티슈 세수'로 끝. 그런데 밤에도 씻을 수가 없단다. 트리풀룸을 써야 한다는 사실보다 비와 땀에 축축이 젖은 몸을 그대로 말려야 한다는 게 배는 더 괴로웠다.
훨씬 덥고 열악했던 인도여행 때도 숙소에서는 씻을 수가 있었는데, 여기에선 씻을 수도 빨래를 할 수도 없다. 옷들도 젖은 걸 말려서 '돌려막기' 중이다. 어쩔 수 없이 또 물티슈를 뽑아들었다. 얼굴엔 뾰루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동양인, 서양인, 어른, 아이 모두 "레썸삐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