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율 확대경과 밝은 빛으로 책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
김혜원
어린이집에서 서정이는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고, 활동성이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였다. 뇌병변 때문에 움직임에 지장이 있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선생님도 친구들도 주변 환경도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의 율동도 잘 따라하고 선생님 말씀에 따라 잘 움직이거나 호응하는데 서정이는 잘 보이지 않다보니 뭐든지 늦었던 거예요. 겨우겨우 보고 따라하려고 하면 이미 친구들은 다른 것을 하고 있는 거죠. 서정이는 2미터 정도 떨어지면 엄마도 알아보지 못했어요. 지금은 종합적 시각 능력이 좋아져서 형태만 보고도 저라는 것을 알지만 전에는 옆으로 지나가도 소리를 내지 않으면 알아보지 못했어요. 그러니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을 수가 없지요. 친구들과 상호작용이 안 되니까요."한국의 교육은 장애인-비장애인의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지만, 시각장애아들에게 통합교육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각장애아들이 비장애아와 함께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장애아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이 아이를 맹학교에 진학시키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일반학교 환경에서는 학습부진이라는 판단을 받던 아이들도 적합한 교육환경이 마련된 맹학교에서는 높은 학업성과를 도출한다. 속도를 늦춰주고, 크기를 키워주고, 광학 기계를 사용하게 하고, 점자나 청각자료를 사용하게 하는 등 각자의 시기능에 따른 적합한 학습방법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서정이를 맹학교 부설 특수유치원을 보내려고 해요. 거기에 보내면 혼자 내버려두거나 수업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요. 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아이들이니까 서정이가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을 것이고요. 친구관계가 너무 좁고 한정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긴 하지만, 맹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면 비장애인 친구들도 사귈 수 있게 되겠죠. 그때까지는 조금 외로워도 참아야죠. 어차피 일반학교에 다녀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일 것 같으니까요. 어쩌면 맹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더 외롭고 힘들 수도 있지요."여덟 살 서정이, 이제 조금씩 혼자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