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바의 주인보기엔 무섭게 보이지만 공짜로 하몽(햄) 잘라서 맛보라고 주신 멋진분이다
정효정
한때 작은 가족이라 불렸던 다비드, 미첼, 릴리, 지블란 일행들. 이들과는 5일 전 헤어졌다. 헤어질 때는 어차피 걷는 속도가 느리니까 이들이 날 금방 따라잡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이 나보다 앞서 걷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 마을인 만실라 데 라스 물라스(Mansilla de las Mulas)에 도착하자 날 발견한 다비드가 뛰어나왔다.
"우린 네가 UFO에 납치된 거라고 생각했어."날 따라 잡으려고 빨리 걸었는데 나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거다. 다비드는 늘 밝은 성격으로 이 작은 패밀리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는 늘 멤버들을 잘 챙겨줬다. 내 발이 아플 때 약을 가지고 있는 게이탄을 불러 온 것도 그였고, 와인이 모자라면 먼저 일어나 사러 가는 것도 언제나 그였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인사삼아 내게 사랑고백이나 청혼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가슴은 1g도 설레지 않았다. 그는 애정표현이 우리와는 정반대인 이탈리아에서 왔기 때문이다. 주로 내가 웃긴 소리를 하면 찬사와 함께 '아이 러브 유'를 외치는 식이다. 그 경우 '아이 러브 유'는 칭찬의 의미다. '넌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혹은 '넌 진짜 웃긴 녀석이야' 정도로 알아들으면 된다.
케밥을 먹다가도 "우리 결혼해서 아침 저녁으로 케밥 먹자"라는 소리를 한다. 동서양이 만났으니 그 중간의 음식인 케밥을 먹어야 한다는 거다. 웃자고 하는 소리다. 죽자고 달려들면 나만 이상해진다. 때문에 나 역시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대답해주곤 했다. "고마워, 근데 난 됐어. (Thank you, But no thank you)" 그런 내 반응에 주변 친구들은 즐거워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