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공고 에코바이크과 3학년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실습을 하고 있다.
윤근혁
조합 탄생의 실무 책임을 맡아온 한영욱 교사(연구부장)는 "우리가 학교협동조합을 만든 목적 중에 하나는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터를 제공하기 위한 것도 있다"면서 "협동조합 법인체가 되면 학생들이 돈도 받으면서 현장실습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만 된다면 요즘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는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현장실습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1월 전주의 한 특성화고에서 '애완동물과'를 다닌 19세 여고생이 목숨을 끊었다. 그는 애완동물을 돌보는 일이 아닌 엘지유플러스 콜센터에서 어른들의 항의전화를 돌보는 일을 했다. 전공과 무관하게 벌인 현장실습이 한 학생을 궁지에 내몬 결과다.
이 사건에 대해 성수공고 3학년인 서아무개군(에코바이크과)은 다음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그도 문군과 함께 초등학생들에게 자전거의 원리에 대해 열심히 가르쳤다.
"그 여학생 얘기 듣고 저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되니까 걱정도 되고 두렵기도 하고 (공고에 온 것이) 후회되기도 하고….""협동조합이 현장실습을 맡는다면 정말 좋겠네"이어 서군은 조합에서 계획하고 있는 현장실습에 대해 기대를 나타냈다.
"학교협동조합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밖에서 하는 것보다는 학교 안에서 하니까 마음도 편할 것 같아요. 전공도 살릴 수 있죠. 더 안전할 것 같고 장비 같은 것도 갖춰져 있으니까 편할 것 같아요."문군도 "학교에서 현장실습을 하면 훨씬 좋을 것 같다"면서 "일반 사업주 밑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협동해서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합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펼쳐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크게 세 가지다.
'자전거와 모터사이클 정비에 대한 평생교육, 학생 통학용 자전거 정비, 지역 사회 자전거 수리와 정비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것은 이 학교가 자전거 정비 도구와 강의실을 잘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학교는 이미 3년째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자전거 정비 특강을 벌여왔다. 그동안 80여 명이 수강자로 등록했다. 이 강좌를 들은 뒤 자전거포를 연 사람도 여럿 있다고 한다. 이른바 평생교육 강좌를 개설해온 것이다. 학생들은 조교 또는 보조교사로 참여했다.
협동조합 사업이 본격 진행되는 올해부터는 이런 평생강좌를 더 늘릴 예정이다. 학생과 교원은 물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좌를 개설한다.
이 과정에서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이 2학기부터는 현장실습생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협동조합원인 학생들이 준 노동자로 나서 직접 교육도 하고 정비도 맡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일한만큼의 봉급도 받게 될 것이다.
신광철 교장은 "우리 지역에 자전거 길이 많은데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우리가 협동조합을 세운만큼 그곳에 정비소를 직접 차릴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번 협동조합 탄생 등을 기념하기 위해 오는 4월 28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제동행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신 교장도 자전거를 타고 직접 나선다.
올해 3월 31일 현재 전국엔 모두 41개의 학교협동조합이 있다. 서울은 15곳으로 가장 많다. 방과후학교 협동조합 4곳과 성수공고의 '바이크'협동조합을 빼면 10군데는 모두 학교매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12일 오전 학교협동조합지원센터의 문을 열었다. 조합 설립을 돕고 조합원 교육을 맡는 등 지원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다.
"학교협동조합 발전하면 '협동조합 학교' 나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