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탕폭포 얼음 위로 식구들이 나란히 걷는 중
정가람
눈으로 하얗게 덮인 한탄강은 여름과 또 다른 풍광을 자아내고 있었다. 여행을 맞아 구입한 어린이용 아이젠을 채우고 스틱을 하나씩 쥐여준 후 고석정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가족단위 여행객보다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온 산악회 단체가 많았다.
삼 남매들은 산악회들의 응원과 칭찬을 받으며 트레킹 대열에 합류했다. 눈이 덮인 한탄강은 미끄럽지 않았다. 설사 미끄러져도 눈밭에서 구르는 게 재미있는 아이들은 결국 아이젠과 스틱을 집어던지고 얼음을 즐기기 시작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덥다고 야단이다. 영하 2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위아래로 서너겹을 껴입었더니 나도 더웠다. 둘러보니 우리처럼 껴입고 걷는 이들이 없었다. 결국 아이들의 아이젠과 스틱, 모자, 목도리 등을 받아들었다. 아이들 뒤를 살피며 걷느라 제대로 풍경을 즐기지 못했지만 태어나 처음 걸어보는 얼음강은 겨울의 한 가운데로 인도해주었다.
한 시간 정도 걷자 얼음축제의 행사장이 있는 승일교가 보였다. 인공으로 물을 쏴 만든 거대한 얼음폭포가 우리를 반겼다. 그때 폭죽이 터지고 맑은 하늘 위로 불꽃이 터졌다. 대낮의 불꽃놀이는 처음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똥바람 알통 구보대회'의 신호탄이었다. 철원 곳곳에 걸려있던 현수막의 실체였다.
'이 추운 날 구보대회라니, 참가자들이 과연 있기나 할까?' 의문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철원 지역 군 장병들의 훈련 아닌 훈련의 현장이었다. 저들도 이한치한일까? 지자체 축제를 위한 동원의 또 다른 형태로만 보였다. '필승'을 다지는 두 개 부대의 현수막이 애처로웠다.
모든 것에 걱정이 많은 둘째는 군대 갈 걱정에 가끔 울기도 하는데, 이 추운 날 윗옷을 벗고 뛰는 장병들의 모습에 역시나 긴장을 했다. '동지섣달 꽃 본 듯이'라는 부제를 단 올해의 얼음축제와 가장 어울리지 않았다. 장병들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2000원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