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평화협정', 남북한끼리 할 수 있을까

[황 기자의 한반도 이슈] 1953년 정전협정 당사자는 북·미·중

등록 2018.04.19 22:08수정 2018.04.1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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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미 현지 시각 17일) "남북한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they do have my blessing to discuss the end to the war)라고 말하고, 청와대는 이를 받아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것을 계기로, 적지 않은 국내외 언론이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이달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것은 남북한 정상의 뜻으로 가능한 것일까.

 1953. 7. 27. 판문점, 정전회담 조인식, 2년여 동안 1천 시간 가까운 격렬한 논쟁으로 지루하게 끌어오던 정전협정 조인식은 1953. 7. 27. 오전 10시 정각 양측대표가 착석하여 11분 만에 끝났다. 왼쪽 책상에서는 유엔군 측 대표 해리슨 장군이, 오른쪽 책상에서는 북한 측 남일 장군이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1953. 7. 27. 판문점, 정전회담 조인식, 2년여 동안 1천 시간 가까운 격렬한 논쟁으로 지루하게 끌어오던 정전협정 조인식은 1953. 7. 27. 오전 10시 정각 양측대표가 착석하여 11분 만에 끝났다. 왼쪽 책상에서는 유엔군 측 대표 해리슨 장군이, 오른쪽 책상에서는 북한 측 남일 장군이 정전협정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NARA

 1953년 7월 27일에 나온 정전협정문.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1953년 7월 27일에 나온 정전협정문.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연합뉴스

1953년 7월 27일에 나온 정전협정의 정식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여기서 바로 나타나듯 협정 주체는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미 육군대장 마크 클라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 김일성,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 팽덕회(펑더화이), 3인이었다.

따라서 이 정전협정을 마감한다는 '종전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war: 전쟁을 종료시켜 상호적대관계를 해소시키고자 하는 교전당사국들의 정치적 선언)과 그 표현물인 '평화협정'(peace treaty: 전쟁상태의 종결, 평화 회복 및 평화관리를 위한 당사자 간 법적관계 등을 규정한 협정으로, '정전협정 대체를 위한 합의문서'를 지칭할 경우에는 '평화협정'이라는 용어를 사용)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 중국 3자다.

정전협정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반란집단'이자 '괴뢰'인 북한을 대등한 존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실제로는 정전협정 참여할 경우 미국과의 군사동맹 체결의 실패 또는 지연 우려)로 불참했으나, 그 이후 현재는 북미중 3국 모두 남한의 '당사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 남북한 모두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종전선언-평화협정'의 주체가 된 셈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과 중국도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종전선언'이 나오기도 어렵고, 선언이 나온다 해도 미국과 중국의 보장이 없으면 별 의미가 없게 된다.

청와대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우리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자료사진).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8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꼭 종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할지 모르겠으나 다만 남북간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기 위한 합의를 포함시키길 원하고 있다"라면서 "우리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답을 드리긴 어렵지만, 그런 표현이 이번 정상회담 합의문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대답한 것도 이런 이유다.

2007년 10.4선언에서도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라며 '선언 추진'으로 그친 것도 같은 이유다(여기서 3자는 남북미를 말하는 것으로 당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주장했고, 4자는 여기에 중국을 더한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뜻이었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상호불가침 선언을 재확인하고 지난 3월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대북특사단에게 밝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쪽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한 것을 명문화하는 조치 등을 포함한 '남북간 군사대결 종식'을 선언하면서 이후 미국과 중국과 함께 '종전선언-평화협정'을 추진하겠다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최종적인 '종전선언-평화협정'은 북미정상회담과 이후 남북미중 4자 틀안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얘기다(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전선언-평화협정'을 먼저 할 경우 북한핵 비핵화의 동력이 약화될 것이므로 이를 맨 뒤에 해야 한다는 이른바 '출구론'도 제기된다).

'DMZ 실질적인 비무장화' 나올까... 임종석 실장도 "관심사"

남북정상회담 앞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1주일여 앞둔 18일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질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공동 경비구역에서 남측과 북측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앞둔 판문점남북정상회담을 1주일여 앞둔 18일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질 경기도 파주 판문점 내 공동 경비구역에서 남측과 북측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올 '남북간 군사대결 종식'의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 비무장지대화'가 주목받고 있다.

정전협정 당시 비무장지대 출입은 민사행정 및 구제사업 목적으로 한정했고, 출입자는 각각 1000명을 넘지 않아야 하며 반입무기도 개인화기 수준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100만 개 이상의 대인·대전차 지뢰가 매설돼 있고, 박격포와 고사총, 중기관총 등 각종 중화기도 배치돼 있다. 명칭과 달리 실제로는 '중무장 지대'인 이 지역에서 GP(Guard Post :경계초소) 등과 중화기를 철수시켜 남북간 긴장도를 낮추자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17일  "DMZ의 실질적인 비무장화도 관심사"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종전선언-평화협정'의 경우, 정전체제의 관리주체인 유엔군사령부의 존치 문제 등과 묶여 있기 때문에 남북한이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지만,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비무장지대화'는 남북한 정상의 결정만으로 가능한 사안이기도 하다.
#남북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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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8 남북-북미정상회담 : 평화가 온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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