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 위의 베네수엘라.
김종성
국제유가 말고도, 이 나라 경제를 괴롭히는 요인들은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대미관계를 들 수 있다. 우고 차베스의 반미 노선이 경제악화에 영향을 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반미를 했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 게 아니라, 반미를 통해 미국을 꺾지 못했기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 것이다.
20세기 초반부터 이 나라 석유사업은 미국과의 긴밀한 제휴관계 속에 진행됐다. 1976년 석유 국유화 이전에는 미국인들이 석유 이권을 장악했다. 그렇지만 1976년 이후로도 석유 사업은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사주지 않으면 이 나라 석유는 그저 '검은 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은 석유 수입을 발판으로 차베스 정권을 압박했다. 경제제재를 가한 것이다. 일례로, 차베스 집권 기간인 2010년부터 석유 수입량을 줄였고, 2년 만인 2013년에는 기존 수입량의 80%까지 감축했다.
이런 식으로 미국이 집권기간 내내 차베스를 흔들어대니, 미국과 연계된 기득권층이 차베스 정권을 공격하기가 수월했다. 차베스 집권기에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나 대통령 소환투표가 벌어진 것은 미국이 차베스에 대해 적대정책을 전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베네수엘라 경제위기가 차베스의 정책 때문이었다면, 국민들이 네 차례의 대선에서 그를 전폭적으로 밀어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60%를 넘나드는 압도적 득표율로 그가 매번 당선한 것은, 그의 정책을 경험해본 국민들이 그의 계속 집권을 염원했기 때문이다. 석유의존 경제구조를 바꾸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것이 한두 해 동안 벌어진 일이 아니므로 차베스한테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다.
차베스의 복지 정책이 나라를 망쳤다고?베네수엘라의 기형적인 경제구조는, 스페인 식민지에서 독립한 19세기 전반 이전에도 문제가 됐었다. 16세기부터 이 나라를 지배한 스페인은 경제구조를 자국의 취향에 맞게 재편했다. 토착민들을 동원해 금광·커피·카카오 사업을 벌이고, 아프리카 노예들을 동원해 사탕수수 농장을 경영했다. 현지인들이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산업은 소홀히 대했던 것이다.
그런 베네수엘라가 오늘날에는 석유 판매에만 의존하고 있다. 석유를 팔지 못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식민지 때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체질은 여전히 식민지 시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만성 허약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환절기(국제유가 변동기)만 되면, 경제가 콜록 콜록하다가 몸져눕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처럼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가 미국의 경제제재까지 강화되고, 거기다 차베스마저 암 투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가 지금 상황으로 곤두박질치게 된 것이다. 차베스가 복지정책을 강화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위기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국내 보수언론들은 베네수엘라 경제위기를 오로지 포퓰리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이런 보도들의 목표는 우고 차베스 정권을 조롱하는 데 있지 않다. 지금 한국에서 일반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진행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와해시킴으로써 재벌 대기업의 이익에 봉사하고자 하는 것이 그런 기사들에 숨겨진 내면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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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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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경제위기 띄우는 보수언론, 그 검은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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